변화의 마지노선 - 학교의 변화
DJ DOC란 그룹이 1997년에 'DOC와 춤'을 이라는 앨범을 발표했는데, 거기에 이런 노랫말이 나온다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나는 학창 시절에 교복을 입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실 교복에 대하여는 관심도 없었고, 고로 잘 모른다. 사실 여름 교복이 긴바지인지 반바지 인지도 이 노래가 없었으면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유명한 노래로 말미암아 이미 학창 시절을 벗어났던 1997년 나는 짐작하게 되었는데, 여름 교복이 긴바지인가 보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게 되었는데, 큰 아이는 딸이라 여름 교복은 치마였다. 겨울 교복도 치마였다. 물론, 바지를 선택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큰 아이 다니는 학교에 겨울 교복으로 바지를 선택하는 학생은 전교에 한 두 명 정도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름이건 겨울이건 치마를 입었다. 고등학교에 입학을 해서도 바지 교복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한 두 명으로 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할 때 치마 교복을 입는다. 그래선지 중학생 땐 교복을 조신(?)하게 입던 아이도 고등학생이 되면 체육복과 교복을 혼용하게 된다. 사실 나도 이제 어른(?)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니 보기엔 조금 단정치 않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쩌다 내가 입어도 불편한 치마를 늘 입는 교복으로 입으니 불편해서겠구나 하는 맘으로 이해를 하게 된다.
올해, 겨울에 기모 스타킹을 신고도 추위에 벌벌 떨며 학교를 다니던 큰아이가 이제 고3이 되자 아들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며 교복을 구입하게 되었다. 구입하면서 보니 교복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었다. 남자 아이라 치마 대신 바지를 입게 된 것만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었다. 그러다 날씨가 더워져 하복을 입게 되면서 나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이라고 1997년부터 노래로 외쳤던 그 반바지를 비로소 입게 되서가 아니다. 이미 여름 교복으로 반바지를 입는 학교가 생기고 있다고 몇 년 전부터 신문 기사로 읽어서 반바지가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우연하게 길거리에서 아들아이 학교 학생이 분명한 여학생을 보게 되었는데, 교복이 우리 아들이 입는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여학생 교복이 치마바지인 것은 보았지만 여학생 교복이 남학생과 똑같은 것은 우리 아들 학교에서 처음 보았다. 그뿐이 아니라, 바지 대신 치마를 입은 여학생도 보였다. 획일이 아니라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사실 나는 이 곳으로 올 2월 말에 이사를 왔기 때문에 아들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교복이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남녀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고, 여학생은 선택이 가능한 그 교복을 보는 그 순간 신선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변화의 마지노선인 학교가 바뀌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