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직장의 다사다난한 소식들을 듣고 있다.
팀원들과 다른 팀장들의 하소연이 있었다면, 오늘은 지역 예술단체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다. 휴직에 들어오기 전에도 워낙 친하게 지내서 일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하며 지냈던 분인데 평일 저녁7시에 걸려온 전화는 불안했다.
아니나다를까
“팀장니임~~~~~~!”
“대표님! 잘 지내세요?“
목소리를 한껏 올려 반응을 하니
“아... 나 팀장님 목소리 듣자마자 눈물나요ㅠ” 말을 잇지 못하신다.
무슨 일이냐고, 이야기 해보시라고. 그간 이런 저런 사업에 참여하며 위아래 없이 갑질을 한 담당자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새로온 본부장과 꼬이고 얽히고 대표이사에게 오해를 받고 등등 이야기를 줄줄줄 털어놓으신다. 진작에 연락을 하고싶었지만 미루고 미루셨다고...
우리팀은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과 협업하는 사업들이 많기 때문에 담당자 혼자 잘 한다고 사업을 잘 할 수는 없는 구조이다. 또한 지역 예술인들의 다양한 활동 기반을 만들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담당자들의 "만행"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가르치며 이끌어왔었나 회의감이 밀려왔다.
우리팀은 나보다 10살이 많은데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분이라 무슨 사업을 맡겨도 해결이 안되는 팀원이 있고, 30대 후반까지 나이를 먹었으면서 구청 과장님께 하극상의 발언을 하며 하대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찍힌 팀원도 있다. 나이가 경력은 아니지만 그만큼 나이를 먹었으면 태도라도 좋아야지... 심지어 얼마전에 충원된 팀원은 인수인계로 두어번 만났을 때 엄청 싹싹하게 굴더니 통화한 대표님(사업의 담당자이다)의 말로는 빌런 of 빌런이라고...에휴... 다들 왜그러니.
휴직에 들어오기 전에는 여기저기 터지는 사고를 막고 수습하며 사업이 굴러가게는 했고, 현장에서 커버를 치다보니 그래도 괜찮은 성과도 낼 수 있었는데... 팀장의 빈 자리는 채워주질 않았고 새로온 본부장이 사업을 챙긴다고는 하던데 그것마저 구멍이었다. 사실 그 본부장도 다른 곳에서 사고치고 도망온 듯 하다.
이야기를 한참 듣고서 목소리가 진정되는 것 같아 '자리를 비워 팀원들이 제멋대로 굴고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약간의 솔루션을 드렸다. 이제 좀 마음이 풀린다고 하시며 팀장님이 돌아온다고 해도 괜찮아질지 걱정이라는 대표님. 그간 고생하신걸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나머지 사업은 어쩌려나. 일도 걱정이지만
사실 내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 돌아가도 괜찮을까...?’
심각한 워커홀릭이었던 나는 육아휴직을 하며 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었고, 가족과의 시간이 나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책을 읽고, 간간히 글을 쓰고,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준이를 등하교 시키는 느린 삶을 보내면서 독이 빠지고 빠져 순해진 상태인데, 다시 독이 오를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가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직을 위해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어보기도 했다. 이유는 집이 직장과 가까웠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진심으로 복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시험에 떨어져도 나는 갈 곳이 있다는 안전함으로 편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안전함이 불안함으로 바뀌고 있다.
팀원들이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휴직 전에도 사업에 대한 불만이 생기면 팀장인 나에게 독을 담은 메세지를 서슴없이 보내고, 주말에 전화를 걸어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쏟아내던 팀원. 그래도 데리고 가야겠기에 그래도 사업은 완성해야한다는 생각에 사업은 나를 담당자로 바꿨고, 어르고 달래며 2022년을 마무리 했다. 휴직을 들어가면서 빈 내 자리를 탐내며 이제 1년동안 팀장이 없으니 자신을 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고 했던 팀원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내 귀에 모두 들려왔지만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고 아니 내색할 수 없었고, 저 없는 동안 다들 잘 부탁해요~ 미안해요~ 라고하며 휴직을 시작했는데... 그들은 여전히 독을 품고 있었다. 복직하면 내가 없던 시간의 일들을 쏟아내며 괴롭히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직 휴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두려움이 앞선다.
육아휴직급여는 매달 100%의 비용을 주지 않는다. 기간 중 이직이나 퇴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을 위해 복직 후 6개월을 채워야 남은 비용을 받을 수 있다. 그 알량한 돈이 아쉬워서 다시 돌아가 그때까지 버틸 것인가, 마음을 먹고 퇴사나 이직을 해서 새로운 곳을 가거나 준이와 더 돈독한 시간을 보낼 것인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남은 5개월.
좀더 고민해보고, 팀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사내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팀장들도 만나봐야겠다.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뒤에 결정해야지. 그래도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이라면 담담함을 장착하고 돌아가야지. 하지만 아니라고 마음이 들면 망설임 없이 마침표를 찍어야지.
마침표를 찍는다면, 우리 가족들과 더 가까이, 더 오랜시간 함께 있을 수 있는 일터를 찾아봐야지.
이제 더이상 워커홀릭은 그만. 누군가 필요에 의해 내가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내가 원해서... 그렇게 나의 삶은 나를 위해 살아가도록 선택해야겠다.
한줄요약 : 당신은 당신의 직장에서 행복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