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싱숭생숭.

by 오붓한일상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설레이는 마음이 아니라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으로 붕 떠있는 것 같다.

해야할 일들이 많은데 뭐 하나 제대로 끝내지 못해서 불안해 하는 상태. 자꾸 일을 벌여놓고 수습이 안되는 상태. 그런 상태로 싱숭생숭한 마음이 계속된다. 휴직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건가.


어제 오랜만에 들어간 그룹웨어에는 직원 2명의 퇴사 소식이 있었고, 2024년 사업 계획서와 예산서가 있었다. 돌아와서 보자던 직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소식도 없이 사라졌고, 나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직을 시도했지만 3번의 실패. 돌아갈 곳이 있으니 괜찮다고 다독이면서도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필기시험을 망치곤 하다보니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 속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에도 새로 발견한 채용소식에 지원서를 잘 써봐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2024년 사업계획서를 보니 휴직에 들어오기 전 벌여놓았던 사업들은 줄어들었고 예산은 반토막이었다. 팀장의 부재가 사업의 부재로 이어지는 건가. 그동안 지역을 이해하고, 예술인의 활동을 위한 사업들을 열심히 세팅했고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대표가 바뀌고 새로운 본부장이 오고나니 사업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하라는 사업만 적당히 하고 편하게 다녀야지라고 생각을 쉽게 정리한다. 계획 조차 줄어든 예산은 구청 예산과에서 칼부림을 한번 당하고 연말 구의회에서 한번 더 난도질을 당한 뒤 작고 소박해지겠지. 그래 그렇게 나도 편하게 일해보자.


11월에는 공연 아르바이트로 수입이 짭짤했다. 이렇게만 벌면 프리렌서로 전향할텐데, 이런일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니 사표를 내는 즐거운 상상은 꾸~욱 눌러놓는다. 같이 일한 대표님이 본인의 기획사로 들어오라고 재택근무이니 육아하며 일하기도 좋을거라고 제안을 하셨지만, 기획사의 폐업을 2번이나 겪은 나는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 박봉의 문화재단을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박봉이어도 매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의 힘을 믿고 때가되면 투자를 해야지, 땅 사고싶다, 언제사지, 살 수 있나, 집도 없는데 ... 줄줄이 또 걱정거리를 쌓는다.



해야할 일의 목록을 적고 눈에 보이게 해야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은 걱정의 산을 쌓고, 불안의 늪을 만들고, 우왕좌왕 혼돈의 도가니로 나를 이끌어낼테니. 오늘부터 하나씩 지우면서 해결하고 없애고 싱숭생숭한 마음도 저기 저 아래로 낮춰야겠다. 불안함을 낮추려고 이것저것 검색하던 창들도 닫고, 손에 펜을 들고 다이어리에 손글씨를 적어야지. 하나씩 해결하고 찍찍 지우면서 둥실둥실 떠 있던 불안한 마음을 1미터씩 낮추자. 아래로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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