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한 날

by 오붓한일상

집 밖으로 나가야했다. 사방이 막힌 상자에 갇힌 듯 답답했다.

학교갈 준비는 안하고 택배 박스에 테이프를 붙이며 한가로이 놀고있는 준이와 째깍째깍 시계바늘을 번갈아 보며 나의 아침은 오늘도 초조하다. 어제도 종일 시험 공부 시키느라고 싫은 소리를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기분 좋게 학교에 보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의 결심은 무너져내렸다.


나의 한숨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밤을 새고 아침에 들어온 신랑은 자다가 깨버렸고 밍기적 게으름을 부리고 있던 준이에게 버럭! 얼른 준비하라는 큰 소리를 냈다. 그동안 큰 소리 없이 잘 갔는데 요즘 몇주 동안은 아침마다 전쟁을 치루며 허덕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옆에 있어주는 것이 부모의 할 도리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지각할 상황에 좋게,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 부모가 세상 몇이나 될까. 또 좌절과 슬픔의 아침이다.


준이가 집을 출발한 뒤, 교문에 잘 들어갔다는 알림을 받고 나도 나갈 준비를 한다. 요즘에는 혼자 등하교를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조금 나의 시간이 생겼는데 이렇게 정신없이 아침을 보내고 나가버리면 나도 혼이 나가서 잠시 멍~하다가 정신을 차리곤 한다. 어른인 나도 이 정도인데, 가뜩이나 집중을 못하는 준이는 학교에가서 어떻게 수업을 듣나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또 반성이다.


틱이 심해진 후 지난 토요일 병원 진료를 다녀왔다. 선생님은 준이의 상태를 보시고는 틱 때문에 집중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으니 아침에 먹는 약 중에 집중력은 높이는데 틱을 유발하는 약을 줄이고 저녁에 틱을 낮춰주는 약을 올려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먹은지 3일. 약 기운이 오르려면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하지만 그나마 먹던 집중력 약을 안먹으니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산만한 아이를 보는 나는 뒷골이 당긴다. 요즘 왜이렇게 등이 아픈가 싶었는데 등이 아니라 목 뒤가 아픈거였다. 아이고 뒷골이야…


이번주는 준이의 학교에서 목요일에 서술논술형 국어와 수학 시험, 독서장 심사, 수요일에는 받아쓰기 시험이 있다. 초1인데 벌써부터 시험을 본다고 하는건지… 서술논술형 문제는 나도 이해가 안되는데, 도대체 수학은 왜 서술로 답을 적어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는지 감도 안잡힌다. 이런 와중에 집중력이 떨어졌으니 배우는 준이도 가르치는 나도 죽을 맛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일찌감치 내려놓았지만 ‘시험’이라는 단어 앞에 사람은 왜이리 조급해지고 불안해지는지, 혼나면서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어느새인가 모르게 준이를 다그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오후에 돌아올 준이를 맞이할 수는 없다. 집을 벗어나 다른 공간이 필요했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 드라이를 하고 가방에 아이패드와 책을 넣고 밖으로 나왔다. 며칠 전 언니가 커피 쿠폰을 준것이 생각나 동네 스타벅스로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시끌시끌,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수다를 떠는 엄마들 무리가 한쪽에 자리잡았고, 뭐가 한가한지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있다. 루꼴라 샌드위치를 고르고 그란데 사이즈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다.


따뜻하게 데워진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한모금 머금고, 글을 여기까지 쓰다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 ‘시끄럽다’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귀가 아프다. 생각들 사이의 공간은 어느새 좁아지고, 틈을 매우며 ‘해야할 일’에만 집착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아… 나 휴식이 필요하구나. 자꾸 예민해지는 것이 내가 쉬어야 할 때라는 걸,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게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안그래도 이번 학기에는 준이도 중간에 여행을 가지 못해서 조만간 어디론가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준이보다 내가 더 쉼이 필요했다.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멈추자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고개를 들고 바깥 공기를 쐬면서 생각이 틈을 벌려야겠다. 좀 쉬자. 쉬어도 괜찮다. 다시 일어서서 걸어갈 힘을 얻기 위해 오늘은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둥둥. 싱숭생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