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30분 경.
준이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간다. 나는 샤워기의 따뜻한 물을 맞춰주고 벽걸이에 걸어둔 뒤 키가 높은 수건장에서 수건을 하나 꺼내 준이가 쉽게 닦고 나올 수 있도록 변기 뒤쪽 선반에 올려놓는다.
"수건 꺼내놨으니 이걸로 닦고 나와."
요즘 준이는 혼자 씻는다.
이제 학교가는 엉아가 되었으니 엄마가 씻겨주는 건 좀 그렇지...ㅋ
뜨끈한 물이 등에 흐르는게 기분 좋은지 한참을 씻더니 문을 활짝 열고 물을 닦는다. 나는 춥지 않냐며 화들짝 놀라 문을 닫아주고 속옷을 넣어준다.
"감기걸려!"
준이는 주섬주섬 물을 닦고 속옷을 입고 나오면서
항상 하는 일이 있다.
작은 키로 까치발을 하고 높은 수건장에서 수건을 하나 꺼낸다. 엄마가 자신의 수건을 꺼내준 것 처럼, "이건 엄마가 쓸 수건" 이라면서 선반에 올려놓고 방으로 간다.
빨래를 줄이기 위해 준이가 쓴 수건을 쓰는 나는 새 수건이 필요없지만 준이의 마음을 알기에 "응~ 고마워, 잘쓸께~"라고 말한다. 빙긋 웃는 얼굴. 동그라니 귀엽다.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갈 때면 가지런히 놓여있는 수건을 보며 오늘 하루 준이에게 쌀쌀맞게 굴진 않았는지, 찡그리진 않았는지 반성하며 아이의 사랑넘치는 마음을 읽어본다.
오늘도 수건이 올려져 있었다.
수학문제 못푼다고 구박했는데
오늘은 일찍 사과해서 마음이 좀 낫네
내일은 더 잘해줘야지.
준이가 나의 사랑을 먹고 자라듯
엄마도 준이의 사랑을 먹고 한뼘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