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들어서고 팀별 업무 분장을 새롭게 하는 중이다. 문화사업팀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들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팀원은 두명이다. 현재 주어진 사업은 6개인데 공모사업 7억을 더 유치해야 한다. 셋이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고구마 백개는 물고있는 느낌이다.
정책팀의 팀원들은 경영지원 업무로 문화정책 다운 계획을 수립할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정작 사업팀에서 필요한건 모든 사업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나갈 정책 방향 수립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대표이사 조차 지금 조직 상태에서 정책 사업은 할게 별로 없다고 말한다. 작은 규모의 기관일수록 정책이 먼저 튼튼하게 세워져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나서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야 적당할 때 이직을 할 수 있을테니까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로 결정했다. 명확한 것이 업무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애메모호한 이곳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쨋든 이 와중에 업무 분장을 해야한다. 눈치를 보며 조금이라도 편안한 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서로 핑퐁을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두명 있는 팀원의 업무 선호도를 물었다. 두명 모두 같은 사업을 1,2위로 꼽았다. 팀장으로서 팀원의 성향을 맞추어 배정해야 한다. 꾸역꾸역 나눠본다. 나누는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본다.
이른 아침 대표이사가 공모사업 링크를 보내며 한번 신청해보는게 어떠냐는 질문을 했다. 사업팀인데 경영지원 업무까지 맡아서 하고있고, 7억이라는 예산을 유치해야 하는 현실에 짜증이 났다. 업무조정을 요청했고 미팅을 했으나 얻은 것은 없었다. 이용당한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좋은 마음을 갖고 일해보기로 했었다. 그 결심이 6일만에 무너지는 느낌이다.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벌써 그런 생각을 하고있다. 다니기 좋은 직장을 만들고 싶었는데 자꾸만 외부인 같은 마음이 든다. 이런 내 모습을 바로잡기 위한 반성을 해야할지, 도망갈 준비를 하는게 맞는지 자꾸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