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오붓한 일상'이길 바래왔다.
공간을 만들면 '오붓' 이라고 이름을 짓고 싶어서 사업계획서도 써봤고, 강릉 사천해변에 있는 펜션 '오붓한 강릉'은 친언니가 운영하는 곳이다. 오픈 하기 전 이름을 고민하길래 그곳에 오는 사람들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지어준 이름이다. 면접을 볼 때도 항상 자기소개의 첫 문장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오붓한 기획자입니다."라고 말한다.
=
새벽 5시에 일어나 설겆이를 하고 아이가 먹을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두고 출발해 7시 50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컴퓨터에 필요없는 파일들을 지운 뒤, 치열하게 공모사업의 신청서를 쓰고, 가끔 보내오는 팀원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사고친 팀원의 사건을 처리했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에 용두동 맛집이라는 '나정순할매쭈꾸미'에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와 집에서 가지고 온 라임청에 스프라이트를 넣어 마시며 모히또 맛이 난다고 좋아한다. 오늘은 대표이사도 정책팀장도 없어서 한가하고 조용한 오후를 보낼참이다. 오후에는 이력서를 조금 작성하고, 공모사업 신청서 초안을 완성해야지
=
어제, 오늘 사무실로 우편이 왔다. 지난 직장에서 진하게 인연을 맺은 분들이 보낸 거였는데 하나는 음반, 하나는 직접 쓴 캘리그라피 엽서였다. 그러고보니 그 두분의 작품을 보내준거였네. 나를 기억하고 직접 포장을 하고 우체국에 가서 보내는 시간을 사용했다는게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사람이었다는 느낌도 들고. 보통 뭔가를 받으면 부담스러운 마음이 먼저 치고들어와 비슷한 가격의 무엇인가를 보내곤 했는데 작품을 받고나니 뭘로 보답을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내가 줄 수 있는게 뭘까. 그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우린 마음이 맞았고 생각이 비슷했으며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 우리가 다시 즐거운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보고싶다 그때 그 사람들이... 함께 열정을 부렸던 그 사람들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