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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마음이 해결되지 않을 때

by 오붓한일상

손에 휴대폰을 들고 만지작 거리며 누구에게 연락을 할까 생각한다. 생각을 멈추고 싶어서 누군가와 분주하게 대화를 하거나 호탕하게 웃을 일을 만들거나 눈과 귀를 바쁘게 하는 영상이나 음악, 미드를 찾아서 보는 습관들... 모두 나의 공허한 마음을 해결하는 방법들이다.


나는 내가 그러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일희일비 하고싶지 않지만 나는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고,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쉽게 말로 표현하곤 한다. 나는 그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들로 다시 혼란스러운 생각이 밀려들기도 했다.


직장과 나 자신의 비전과 성취를 동일시 하는 것이 나의 삶을 흔든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의 조직이 튼튼하지 않음을 탓하며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일상을 보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 직장 따위에 흔들리고 불안해하는 내 모습이 참 못나보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왜 그게 잘못된 것이냐고 반문한다. 직장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나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쏟아내는 일을 하는 곳인데 스스로에게 그런 잣대를 들이미는 거냐며 말한다. 그런 사람도 있는거라고 직장과 나를 동일하게 여기는 것도 괜찮은거라며...그말을 듣는 순간 공허한 마음이 꽉 채워진 느낌이 밀려왔다. 그래 괜찮은 거였다.


나는 스스로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자부심을 갖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할 수 없는 것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나의 특기였고, 그러기 위해서 열정을 부려서 해내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환경의 문제와 내 맘같지 않은 사람의 문제이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게 만들꺼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공허함이 밀려왔고, 어찌할바를 모르고 도망갈 계획만 세우고 있는 나를 보며 자부심은 커녕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무너지는 마음이 그럴 수 있다는 거다.

'나'라는 사람에게 너무 갇혀 있는 건 아닌가 했던 조심스러운 마음이 괜찮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싶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찾아봐야겠다. 지금 이 답답한 상황을 이겨내려고 하지 말고, 내 안의 나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의미있게 사용하고싶다. 그만 불안해하자.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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