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끄트머리가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연말이라니. 무언가의 끝이 다가올쯤이면 항상 아쉬움과 뿌듯함이 교차한다. 나는 뭘 했고, 이건 잘됐고, 그건 별로였고.
페이스북을 보다가 작년의 오늘, 몇년 전의 오늘을 추억하는 게시물이 떴다. 2년 전의 나는 일을 하며 이해안되는 상황에 대해 하소연 하고있었고, 5년 전, 10년 전의 나 역시 비슷한 글을 써놓았었다.
그 글들을 보다가... 항상 그랬구나. 일은 쉽지 않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이해가 안되었어도 그 시간을 버텼고,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온거였다.
복직을 하면 또 그런 글을 쓰게 되겠지. 이해가 안되는 동료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주절주절 하소연 하고 있겠지.
문득, 그 때도 그랬으면 계속 그럴텐데 그 상황들을 스트레스 받아가며 버텨야 할까. 어차피 비슷한 상황이라면 적당히 힘을 쓰고 에너지를 아껴서 나에게 좀더 즐거운 생각으로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휴직을 돌아보며 가장 좋았던 건 내가 누구인지, 직장과 직책을 뺀 나는 뭘 할 수 있는 사람일까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나 라는 사람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이 얼마나 귀하게 얻어진 것인지를 알게된 시간. 또 다시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일이 폭풍처럼 몰아칠 때가 되면 괴로워하며 혼란스러울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그런 상황을 즐겁게 이겨낼 힘이 조금 더 생긴 것이다.
앞으로 일을 할 때는 어떤 직장의 누구가 아닌 그대로의 나, 박재은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일부러 멈추고,
일부러 느리게 가고,
일부러 말을 줄이고,
듣고, 묵묵하게 곱씹고,
깊이있게 ...
존재로서 의미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를...
2023년의 끄트머리, 한 해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