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맥북 프로 분실 사고
어제 밤,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고 들어오지도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계속 전화를 걸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다. 무슨 일이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디에 있는거지?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통화가 되었다. 집에 거의다 도착했다고. 새벽 2시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남편의 얼굴은 회색이었다. 뭔가 큰 일이 난 것 같다. 무슨 일이지... 어? 그러고보니 가방이 없네? 가방을 들고나갈 일이 아닌데도 항상 거북이 등껍질처럼 메고 다니던 백팩이 보이지 않는다.
"가방이 왜 없어?"
"잃어버렸어......"
"응? 가방에 맥북 있지 않아?"
"응... 다 잃어버렸어...다......"
뭔가 잃어버리고 놓고 다니는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가? 지하철에 놓고 내렸다고. 자다가 놀라서 내렸는데 내려야 하는 역도 아니었고, 가방도 놓고 내렸다고... 그걸 찾느라 여지껏 수소문하며 경찰까지 불러 분실신고를 하고 허무하게 집에 들어오는 길이라고.
음... 그래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얼마나 푹 잠이 들었으면 놓고내려...?라고 목까지 말이 올라왔지만 자책을 하며 너무너무 속상해하는 사람에게 쏟아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웃긴건 나 역시 당황했지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집어갔을라고... 지하철에 놓고내린 물건을 항상 찾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궂이 난리를 치지 않아도 돌아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가방 안에는 아직 할부가 끝나지 않은, 남편의 몸과 같은 맥북 프로가 들어있었다. 심지어 오랜만에 작업실에 가서 곡 작업도 다 끝낸 파일이 들어있는 맥북... 남편의 모든 음악 작업이 들어있는 그 녀석... 어디간거냐... 그래서 남편은 더 속상했던거다. 할부도 할부지만 새해를 맞아 새롭게 곡도 쓰고 음원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작업 중 오류로 파일이 날아간 것도 아니고 맥북이 통채로 사라졌으니 허탈하기도 했겠지. 어차피 새벽에는 분실물 확인이 어려우니 우선 자자. 가방에 폰과 지갑을 두지 않고 옷 주머니에 넣어둔 덕에 더 잃어버리지 않았으니 괜찮아~ 토닥토닥... 아침에 일찍 확인해보자고 마음을 다독였다.
아침 8시. 이미 남편은 폰으로 지하철유실물센터에 접속해 등록된 물건들을 보고 있었다. 여전히 속상해하며 투덜투덜... 작은 휴대폰으로는 찾기 어려울 것 같아 옆에 앉아 내 맥북을 열었다.(우린 둘다 앱등이다ㅋ) 유실물센터에 접속을 하고 3호선 유실물을 찾던 중 익숙한 텀블러 사진이 보인다. 초록색 스타벅스 텀블러가 옆에 꽂혀있는 까만색 백팩! 수서역 유실물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유실물 중 초록색 텀블러 꽂혀있는 가방 있죠?"
"네"
(다행이다~다행이다~다행이다~)
"가방 안에 맥북이 있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나요?"
"네~ 있네요~ 어제 밤에 열차 안에서 발견했어요. 신분증 가지고 오세요"
"찾았다~아~!!!!!"
남편은 어떻게 찾았냐는 듯이 "응!? 정말?"
"작은 폰으로 보고 있으면 눈에 띄겠니? 큰걸로 얼른 얼른 찾아봐야지!
수서역에 있다니까 얼른 찾으러가!"
남편의 표정에서 긴장이 풀린다. 다행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나는 노발대발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거냐며 핀잔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유없이 마음이 불안하지 않기도 했었고, 뭐라고 해봤자 본인의 속은 더 새카맣게 까매졌을테니 그 마음을 더 태우진 말자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남편도 그런 나에게 고마웠는지 "미안해" 라며 후다닥 씻고 밖으로 나간다.
맥북에 나의 위치 찾기 등록을 해두라고 해야겠다.
아니 그보다 지하철에서 잘 때는 가방을 팔에 꼭 끼우고 잠들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