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의 휴대폰 사용 연습
휴대폰이 생긴 준이는 며칠 들떴다가 이제는 조금 잠잠하게 사용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학원에 갈 때는 전원을 끈 상태로 갔다가 끝나고 나오면 켜서 이제 집에 가요~라며 전화를 걸기도 하고, 나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어느날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준이의 수학학원 시간과 맞춰 집을 나서면서 "엄마가 늦을지도 모르니 끝나면 전화해~ 중간에 어디서 만나거나 너 먼저 집에 들어가 있거나 하자."라고 했더니 "그럼 먼저 들어가서 해리포터 보고 기다리고 있을께~" 하며 미소를 짓는다. "수업 중에는 폰을 꺼놓고 끝나면 학원에서 나온 뒤에 켜서 전화 걸고~" "응!" 하고 학원으로 달려가는 준이의 뒷모습을 보며 괜히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진료가 일찍 끝났고, 일부러 조금 늦게 가려고 돌아오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물건도 구매했는데 집에 도착하면 준이가 올 시간까지 20분이나 남을 것 같았다. 엄마가 일찍 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쉬워 하겠지만 이 추운 날 애메하게 남은 시간에 밖을 서성이는 것도 어려우니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수업이 끝나고 아니나 다를까, 준이의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 외할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멘토스 사러 가요. 집에 왔어요?" "응~ 병원이 너무 일찍 끝나서 집이니까 사가지고 조심히 들어와~" 요즘 하루 2,000원씩 용돈을 받으면서 가게에서 돈계산 하는 연습도 하고 있는 준이는 슈퍼에 들러 1,000~2,000원짜리 간식을 사먹는 재미가 넘친다. 엄마가 집에 있다는 말에 "에이~ 영상 못보겠네~"하며 서운한 표현을 하면서도 이내 밝게 달달한 멘토스를 생각하며 "사가지고 갈께요~!"라며 전화를 끊는다.
휴대폰 사용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 중 1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설정해두었다. 필요할 때는 부족한 시간은 조금씩 늘려주긴 하지만 그것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통화할 때 뿐이다. 통화와 메세지, 사진 촬영, 네이버 검색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만질 일이 별로 없다. 항상 둬야할 위치를 정해주고, 방에는 절대 가지고 들어가지 말것. 학원차가 오는 태권도에 갈 때는 현관에서 바로 탑승, 하차를 하니 궂이 엄마와 소통할 일이 없어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휴대폰은 필요할 때 사용하는 물건으로 정의 내리기로...
그 범위 안에서 준이는 만족하며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다음에는 일부러 집을 비우고 동네 커피숍에 가서 준이가 혼자 집에 있는 연습도 해보려고 한다. 긴 시간 있기는 어렵겠으나 엄마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있고, 자신이 혼자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연습한다면 서로 쉴 수있고 좋을 것이다. 엄마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 준이 역시 무언가 하라고 지시하는 부모와 거리를 두는 시간은 잠시 필요하겠지. 적당한 거리 안에서 맺어질 즐거운 유대관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