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감을 줍줍 해야겠다.

by 오붓한일상

연말정산 시즌이 왔다. 회사에서 서류를 제출하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 올해는 얼마를 받으려나~ 재작년에는 70만원 정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육아휴직으로 쓴 돈은 많고 소득은 얼마 없으니 환급을 받을 수 있을지 뱉어내야 할지 모르겠다. 홈텍스에 들어가 서류들을 확인한다. 아쉽게도 급여 등록이 안되어 있어서 결정 세액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기타 서류 중 별도로 챙겨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온라인 여기저기 들어가 발급을 받다가 은행 서류 중 온라인으로는 할 수가 없는 서류를 발급받으러 지점을 방문했다. 낮 시간의 은행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따뜻한 날씨에 난방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숨을 훅~ 막히게 했다. 내 앞으로 10명 정도가 기다리는 중. 비어있는 의자를 찾아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덥다. 이대로 봄이 오려나. 아직 추운 겨울이 지나가긴 아쉬운데…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있으니 번호표에 적힌 순서가 되었다.


창구로 가서 필요한 서류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온라인으로도 발급할 수 있고, 창구에서 발급하면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발급 장수가 늘어날 수록 추가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다면 제가 집에서 직접 할께요~ 상담이 끝나고 준이의 예적금 계좌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그것 또한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서도 할 수 있다고한다. 음… 모바일로 가입하려고 할 때 뭔가 복잡했는데 다 가능한 것들이었다니…


인사를 하고 은행문을 나서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키오스크가 어려운 부모님을 보면서 시간이 많이 흘러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바뀐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곤 했는데 이제 시작된 것인가. 아니면 휴직으로 너무 뒹굴 거리며 아무것도 안했나.


감이 떨어졌다. 서류 발급 쯤이야 사이트에서 찾기 어려울 수 있지 라며 별거 아닌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일을 하면서 감이 떨어진 느낌은 그닥 반가운 기분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직급이 오르면서, 젊은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감 떨어진 팀장이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온 나는 괜히 긴장이 된다. 새로운 기술이 있으면 기사를 찾아보고 현장에 가보고, 직접 해보면서 감을 익혔는데 1년을 쉬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AI가 예술 분야에도 활발히 사용되면서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고작 일상의 일을 처리하는 서류 발급하는 절차에서 막히다니.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나는 조급해하지 않으며 천천히 나의 속도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바뀌는 세상을 배우는 건 나의 속도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가 어떤 속도로 갈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여러 갈래로 넓어진 나의 관심사도 가지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방학 중 준이의 삼시세끼 메뉴 정하기부터 공부, 학원, 개학 후 방과후 시간, 내 복직, 팀, 업무, 가족, 설, 선물, 시댁, 친정… 등등 일상의 범위를 너무 확대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떨어진 감을 줍자. 일상과 시선을 정리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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