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의자가 있는 나만의 공간

by 오붓한일상

내가 살고 있는 집 안방에는 하얀 책상이 하나 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늘었고, 준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마련한 프린터를 올려놓기 위해 작년에 장만했다. 프린터와 책꽂이, 맥북과 아이패드를 놓을 정도의 작은 책상이 우리집에서는 나만의 공간인 샘이다.


나만의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할일이 있으니 안방은 출입금지"라고 아무리 말해도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는 준이 덕분에 24시간 중 나만의 공간은 밤 10시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 마저도 새해부터는 12시 전에 꼭 잠들자는 목표로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진다.


책상에 앉을 때는 이 집에 이사오기 전 부터 사용했던 하얀색 접이의자를 썼다. 그런데 어디에 부딫혔는지 앉는 부분의 한쪽이 금이 가 있고, 몇개월을 쓰다보니 주저 앉아 잘못하면 다리를 세게 긁힐만큼 틈이 벌어져 있었다. 언젠가 의자가 무너지는 날이 오겠구나, 새 의자를 장만해야 겠다. 그렇게 생각한지 두어달.


새 의자를 사기에는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 대비 아깝기도 해서 당근마켓에서 적당한 의자를 골라봤다. 당근마켓은 적당한 물건이 나오면 바로 움직여야하니 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의자는 마음에 드는데 거리가 먼 곳이고, 가격이 괜찮으면 편히 앉아있기 힘든 의자이고...당근마켓에 눈을 떼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깔끔한 원목의자를 내놓은 사람이 있길래 구매 약속을 하고 파주 야당동으로 나섰다. 돈을 보내기 전 물건을 확인하는데 앉는 부분에 두줄로 길게 금이 있고 벌어져있었다. 거래를 취소하겠다고 메세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까지는 10분도 안걸리는 시간이었는데 계속 당근을 들여다 볼 것인가,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이케아를 갈 것인가 고민한다. 이케아를 가야겠다. 이사오면서 멀쩡한 의자들을 헐값에 팔아버린 것을 뒤늦게 후회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버리느니 제대로된 물건을 제 값에 사서 내 마음에 드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자 결심했다.


토요일 오후, 고양이케아로 출발. 나는 라라크루 합평회가 있어서 남편과 준이가 가서 골라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의자 사진이 카톡으로 날아온다. 다른 것 보다 앉는 곳이 여유있었으면 좋겠다고 전달한다. 제품은 골랐고, 색을 골라야 하는데 집의 가구 대부분은 흰색, 회색으로 맞춰놓은 상황에 나는 새파란색 의자를 구매하기로 했다. 남편은 무슨 일이냐며 정말 파란색을 사도 괜찮겠냐고 묻는다. 나는 고집을 부려 파란색을 사가지고 오라고 했다.


합평회가 끝나고 집들이를 갔다가 귀가하니 밤 10시. 남편은 빨리 조립하자며 포장을 뜯었다. 비닐과 박스를 벗기고 보니 아주 짙은 파란색이다. 마치 동화책 파랑새의 색깔처럼 짙고 선명했다. 알록달록한 색을 안좋아하는 사람이 왜 이런색을 골랐냐며 남편이 묻는다. "사실 나 무채색을 좋아하는게 아니고, 회색으로 가구를 해두면 주변에 뭘 놓아도 다 잘 어울리거든. 그래서 거실에는 회색 책장과 소파를 놓고 짙은 청록색 테이블을 놓았잖아. 안방에는 하얀색 책상과 옷장에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주는거지!"


조립 완료. 파란색 의자는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망가진 의자를 치우고 제 자리에 새 의자를 놓아본다. 준이가 방석도 옮겨서 묶어준다. 흰색 책상과 파란색 의자는 마치 이제서야 제 짝을 찾았다는 듯 잘 어울린다. 비록 안방이라는 함께 쓰는 공간에서 1평도 안되는 작은 크기지만 나만의 공간이 제대로 생긴 기분이든다. 이 곳에서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를 위한 것들을 한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좀 더 깊이 나를 만나고 발견하고 싶다.


한줄요약

: 나만의 공간를 찾아 떠나라고 말씀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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