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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붓한일상 Feb 05. 2024

출근 맛보기

지난 주 금요일, 회사 본부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복귀 전에 새로운 팀원들과 얼굴도 트고 업무도 공유 받을 겸 한번 오라는 연락. 휴직 중에도 종종 사무실에 들렀고, 직원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굳이 갈 필요는 못 느꼈지만 출근 전 긴장을 낮추기 위해 알겠다고 했다.


지금은 월요일 아침10시. 출근 시간은 지났지만 오랜만에 아침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구로 향한다. 한시간 이십분 남짓의 시간을 타고 제기동역까지 가야한다. 어제 저녁부터 내일 아침에 늦게 나가면 안된다는 생각에 살짝 긴장을 했고, 아침부터 짜증을 내는 남편(분명히 남의 편이다) 때문에 벌써 에너지가 빠진 기분이다. 진짜 출근이 시작되면 월요일이 얼마나 싫어질까 벌써부터 신경쓰인다.


그룹웨어에 종종 로그인하면서 사업 흐름에 대해서는 파악을 해두었고, 올해 우리팀의 예산이 얼마 안되기 때문에 일도 적당히 주어진 만큼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외부 공모사업을 받아오라는 부담을 주겠지만 내가 복직한 시기에는 공모사업들이 한바탕 지나간 뒤라 적당히 외면하기로 했고, 우선 업무에 다시 잘 적응 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 새로 들어온 팀원이 3명이나 있어서 그들과 파트너십을 꾸리는 것이 먼저다 싶다. 욕심내지 말자.


본부장님은 약속이 있으셔서 미팅 후 점심은 못드신다고 한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법카를 받았으니 팀원들에게 먹고싶은 것을 고르라고 선심을 쓴다. 더이상 빡빡한 팀장이 되고싶지 않다. 내 시간을 여유롭게, 팀원들의 일상도 살만하게 일하고 싶다. 이 결심을 잊지 말자.


내 자리에는 컴퓨터도 의자도 없다. 새 직원들이 오면서 다 내어주고 나에겐 새 것을 준비해준다고 한다. 새로운 회사에 이직한 기분으로 책상에 앉아야겠다. 언제나 새로운 물건은 기분이 좋지.


오늘의 출근 맛보기가 달콤할지, 씁쓸할지는 모르겠으나 씁쓸하다면 디저트로 맛있는 초콜렛을 한입 가득 물고 집에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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