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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붓한일상 Feb 06. 2024

눈길을 내미는 눈길을 걷다

오랜만에 아침부터 약속이 있었다. 경의중앙선을 타러 일산역으로 걸어가는 길. 느릿느릿 걷다가 시계를 보니 빨리 걸어야 약속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것 같아 속도를 낸다. 상가가 즐비한 큰길을 지나 일산역 방향으로 좌회전을 한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길게 난 공원 길을 걷는다.


나도 모르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나즈막히 ‘우와~’ 감탄사가 나온다. 밤새 내린 눈은 나무마다 가지마다 소복하게 쌓여 마치 눈부신 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1기 신도시의 장점이라면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오면서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 장관을 이룬다는 것이다. 아파트 6~7층 높이까지 뻗어있으니 그 위부터 아래까지 쌓인 눈은 정말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부족했다.


속도를 늦춰 쪼그리고 앉아서 카메라를 켠다. 가까이 다가가 눈을 인물삼아 인물사진을 찍어본다. 가늘게 뻗은 가지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기특하다. 볕이 들면서 녹아 내리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는건지, 길 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가지 위에서 줄타기 하듯 리듬을 타고 있을지. 자신에게 눈길을 달라고 마구 부르는 느낌이다.


한줄요약 : 눈길을 달라며 아름다움을 내미는 눈 덕분에 눈길을 즐겁게 걸었다.


#라이트라이닝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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