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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강릉-춘천, 겨울여행

by 오붓한일상

2025년이 되었다.

준이의 돌봄 방학이 시작되었고, 일주일 남짓 짧은 방학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강릉으로 떠났다. 언니가 있어서 매년 강릉을 가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춘천을 코스에 넣어 2박3일동안 매우 알찬 일정과 살찌는 동선으로 오랜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왔다.

춘천

남이섬, 카페 감자밭, 강촌교회

강릉

오붓한강릉, 해미가, 만석닭강정, 강릉보리밥, 보헤미안 본점, 현덕사, 강릉중앙시장, 배니닭강정, 지운이네엄마손김, 스카이베이호텔 피비피샌드위치


혼자 여행을 떠났던 것이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청년 시절 부산에 간 기억이 전부인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던 부산 여행은 지금도 진하게 여운이 남아있다. 이층침대가 있었던 4인 게스트룸도 새로웠고, 혼밥 문화가 별로 없던 시기에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회센터에 가서 혼자 좌식 테이블 중앙에 앉아 광어회에 매운탕을 먹기도 했다. 차 없이 떠난 여행이었기에 계속 걸었던 여행, 감천문화마을 골목을 걷다거 만난 할머니들이 기억난다. 워낙 좁은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찐감자를 드시다가 지나가는 나에게 하나 내미시길래 같이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후에도 그렇게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으면 좋았을텐데 지금 돌아보며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가족이 생기면서 나만의 스케쥴을 위한 여행은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세식구는 여향이나 음식 취향이 비슷하고, 준이는 어디를 가던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니 궂이 어린이만을 위한 장소를 선택하진 않는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여행간 장소에서 예술적인 경험을 꼭 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찾아서 방문하려고 한다. 얼마전에 다녀온 도쿄여행도 서양미술관을 갔더니 모네 전시를 하고있어서 좋은 경험을 했고, 이번에는 남이섬에서 작은 동화책 원화 전시를 감상했다. 여행을 통해서 생각과 여유가 회복되는 것과 자연과 예술을 통해서 더해지는 다양한 감성과 경험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큰 동력이 된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맛있는 음식을 감탄하면서 먹는 것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해미가(광어회로 요리하는 강릉 맛집)는 여전히 맛있었고, 중앙시장에 가면 항상 들리는 지운이네에서 골라온 딸기, 망고, 복숭아 건조과일은 우와! 우와!를 계속 외치며 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보헤미안은 항상 본점에 간다. 운이 좋으면 박이추 선생님이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번에는 매장에 계시지 않았는데, 누가 내리던 여전히 깔끔한 드립커피의 맛은 변함없이 맛있었다. 산미 가득한 원두를 좋아하는 나는 뜨겁고 따뜻한 상태에서 절반 정도 마시고, 시간을 둔 뒤 식었을 때 더 진하게 올라오는 산미를 즐긴다. 그 맛은 혀끝을 자극하면서도 군침이 돌게 만든다.

이렇게 강릉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몸이 풀리고, 눈과 귀가 편안함을 회복했고 입은 즐거웠다. 준이와 신랑과 실랑이도 없이 편안한 시간이었다. 다가오는 긴 설 연휴에는 한번도 같이 여행해보지 않은 친정부모님과 떠나는 일정을 계획해보려고 한다. 긴장도 되지만 즐겁기를 기대한다.

여행은 그렇게 설레임과 기대를 통해 삶을 나아가게 한다.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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