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다. 낮에도 눈이 내린다.
그런데 우리 동네는 금방 녹아버리고 까만색 아스팔트만 남았다. 눈을 굴리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싶은데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아쉽다.
어제 다녀온 친정에서 준이는 박스를 이용해 썰매를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쌓인 눈을 헤치며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도시에 사는 우리는 그런 경험이 별로 없다. 박스썰매를 완성한 준이는 끌고 나가 타겠다고 아우성인데 가지고 나가니 정작 맨 바닥뿐이다. 눈이 왔는데 눈은 어디로 갔나. 동심이 없어진 것 마냥 서운한 마음이 든다.
설연휴다.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연휴. 길다. 길어도 너무 길다. 금요일 31일에 특별 휴가를 받았지만 다음에 쓰기로 하고 출근할 예정이다. 너무 긴 휴가에 집에 계속 있는 것도 피곤하고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구청장 업무보고가 마음을 누른다.
시댁에 가는길, 가기 싫다를 마음속으로 계속 외친다. 사실 시부모님과 시누이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식을 다 만들어두시고 와서 쉬다 가라고 하신다. 그 사이에서 자기 엄마는 그런 사람이라며 가기 싫어하는 걸 이해 못하는 신랑이 싫을 뿐. 일을 하던 안하던 시댁은 시댁이다.
요즘 준이에게 자꾸 화를 낸다. 내 마음속에 뭔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는지 싫어와 안해가 입에 붙은 아이를 보면 자꾸 화가나서 쓴 소리를 하게된다. 지금도 시댁에 가는 길인데 잔뜩 멋을 부리고 썬글라스를 쓴 아이가 점퍼를 안입고 나가겠다는 모습에 화가나서 잔뜩 잔소리를 했다. 너가 감기에 걸리면 내가 고생이라고. 기침만 조금 해도 학교에서 전화가 오니 그 스트레스가 올라오는 것 같다. 돌봄을 보내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는 정말 나쁜 엄마다.
오늘 아침은 불편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벌써부터 피곤하다. 하루가 엄청 길겠지. 혼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