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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출근, 한가한 날들

by 오붓한일상

긴 연휴를 끝내고 사이에 낀 금요일 하루 출근.

장장 6일의 휴가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른채 사무실에 앉아있다.


연휴 전 마무리 했어야 할 원고를 다듬고 메일을 보낸 뒤 팀원들과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왔다. 공연 소개 칼럼을 쓰는건데 기본 원고를 작성해 Chat-GPT에게 마무리 해달라고 하니 금새 깔끔한 문단이 되어 돌아왔다. 한시간 이상 걸릴 일이 20분으로 줄어 가뿐해졌다.


오후에는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구청장 업무보고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동대문구에는 전문 공연장이 없어서 이래저래 애를 먹고 있는데 재단이 보유한 공간을 공연장으로 개편, 공사를 준비하는 보고자료다. 아직 설계도, 예산도 없는 상태지만 꿈을 현실로 바꿀 준비를 하는 건 언제나 설레이고,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효능감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어준다.


출근길 지하철은 매우 한산했다. 일산에 살고있는 나는 GTX를 타지 않으면 3호선을 50분 정도 타고 나와야 하는데 오늘은 널럴한 3호선을 타고 편히 왔다. 사람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출구를 찾아 '죄송합니다~'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출근길이었다. 열차가 여유있는 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여유가 있는건가 괜히 생각해본다.


오늘은 사무실도 한가하다. 원래 다들 출근했어야 하는 날인데 지난 금요일 구청이 공무원들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했다는 기사를 접한 나는 바로 본부장님에게 우리도 쉬어야 하지 않겠냐며 건의를 했고, 아량넓으신 본부장님과 대표님은 우리에게도 특별휴가를 부여하셨다. 많은 직원들이 휴가를 냈고, 비록 다음주 일정이 빠듯한 나는 2월 중 다른날에 휴가를 사용할 계획으로 출근을 했지만 마치 주말에 나온 것 마냥 한가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공간에 사람 수가 적어 그런지 일하는 마음도 괜히 한가해진다. 조금 여유를 부려도 괜찮은 날.



책상에 놓여진 일력에는 출근한 나에게 좀더 쉬어도 괜찮다는 말을 건낸다.



호모 사피엔스가 가장 성공하게 된 배경은

다른 생물보다 시간이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놀고 먹는 시간이 많아져야

그 머릿속에서 나오는 기발한 창의성 덕분에

사회가 한 발짝씩 도약한다.

- 중앙일보 팩플



연휴 기간동안 많이 뒹굴거렸나 생각해보면 밀린 화장실 청소를 했고, 테라스에 모아놓은 짐들을 정리하느라 편히 앉아있었던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친정에 가서 점심먹고 거실 소파에서 오후 3시간을 내리 잔게 전부인듯.


오늘을 보내고 다시 돌아온 주말에는 조금 느리게, 조금 더 여유를 부려보고 싶다. 9살된 아들을 둔 '엄마'라는 틀을 벗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일부러 더 한가하게,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라라크루

#글쓰는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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