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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없는 삶은 잘 모르겠어

라라크루 수요질문

by 오붓한일상

나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음악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오랜 시간 질문을 던져보지만 정확한 답은 없다.

꽤 오랜시간 음악 공연과 축제를 만들고있고, 음악하는 남자랑 살고있다.

그런데 여전히 드는 생각은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군지 질문을 받으면 딱 떠오르는 사람도 없거니와, 인생의 음악은 더더욱 없다.


20대 시절에는 그저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 2년 동안 일산에서 송파구 마천역까지 2시간 지하철을 마다하지 않고 보컬트레이닝을 받으러 다녔다. 노래를 배우기보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음악을 듣고, 음악 이야기를 하며 뮤지션을 배우고 문화적으로 음악을 접하는 시간들이었다. 놀이처럼 음악을 접했다고 할까, 결국 놀이처럼 재미있어서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하듯이 그때부터 나에게 음악은 일상이 되었다.


그 뒤로 '관심’으로 시작했던 것이 가볍지 않게 화성악 책을 사서 코드를 공부하고, 재즈 잡지와 책들을 구매해 읽고 재즈에 대해 알게되는 것이 즐거웠다. 그때 봤던 책들은 여전히 내 책꽂이에 가장 많은 부분은 차지하고 있다.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유튜브가 없던 시절, 테이프와 CD로 음악을 들으며 내 방에는 항상 카세트라디오가 있었다.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대중가요에 나오는 가사 중 '사랑해' 부분만 따서 잔뜩 모은 테이프를 만들어 선물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노가다가 없었다. 왼쪽 데크에 음악 테이프를 넣고 오른쪽 데크에 녹음 테이프를 넣고 동시에 재생과 녹음 버튼을 눌러서 이어붙이는 작업. 그렇게 몇시간을 하고나면 겨우 5분, 10분이 "사랑해~"라는 가사의 음악으로 채워진다. 테이프각에 꾹꾹 눌러 마음을 적은 편지를 함께 넣어 선물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풋풋했지...웃음이 난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때는 음악보다는 춤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 테이프를 틀어놓고 복도 끝에서 춤을 추곤 했다. 음악을 좋아한건지, 노는 걸 좋아한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언제든 음악이 있었고, 그 리듬과 흥에 흘러흘러 살아왔다.


요즘에는 오히려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 것 같다. 워낙 많은 음악들이 쏟아지는 음악시장에서 누굴 찾아 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순위에 올라있는 음악들은 다 비슷비슷. 뮤지션도 이원화 되는 건지 유명하거나 아니거나... "요즘 노래는 다 비슷한 것 같아~"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아이돌의 실력에 놀라곤 한다. 와~ 못하는게 없네부터 정말 예쁘고 멋지고 잘하는 그들의 무대에 연신 감탄한다.


작년 재단에서 '와인et멜로디' 공연 시리즈를 진행했다. 와인과 함께 음악 공연을 즐기는 콘텐츠였는데, 공연 담당자가 클래식 전공이라 다른 장르는 잘 모르길래 연초에 라인업을 쭉 정리해 섭외까지 진행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마리아킴 트리오, 두번째 달, 스카재즈유닛 등등 실력있는 뮤지션으로 쭉~ 배치를 했다. 지난 12월 27일 연말 공연을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공연은 끝이 났고, 나 또한 짙은 만족감으로 사업의 성공을 자축했다. 항간에는 소문이 돌아 매월 공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올해 공연에는 단체 티켓 구매를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들었다. 뿌듯하다. 언제든 실력있는 뮤지션을 음악으로 만나는 건 설레이고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나는 음악을 귀로 듣는 음악으로만 만나지 않았다. 그동안 그랬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공간을 채우고,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매개체.

그것이 나에게 음악이다.


좋은 멜로디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만 나의 좋은 추억들과 경험이 쌓여, 그걸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2차 제작물인 공연과 축제들. 행복해하고 환호하는 관객 속에서 나는 나의 음악을 만난다.


이미 삶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음악,

특별하지 않지만 스며듦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미 물든 음악 일상

이제는 음악을 모르는 삶 보다는

음악이 없는 삶을 잘 모르겠다.



#라라크루

#한주늦은수요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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