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방학, 겨울방학

너무 빠른 엄마 조금 느린아이_ADHD 성장기

by 오붓한일상

2026년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났다.

준이는 방학을 맞이했고, 수련관 방학프로그램으로 하루를 세팅해두어 이제 할머니는 오지 않으신다. 그 말은 아이를 돌보는 일은 오로지 나의 몫이 되었다는 뜻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는 (월수)클라이밍, (화목) 영어, (금)스트레칭 수업이 있고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을 가진 뒤 1시30분부터 1시간 홈런 학습기로 공부를 하고 2시30분에 수련관에 다시 간다. 친구들과 로블록스 시간을 즐기고 3시30분부터는 방과후아카데미에서 6시30분까지 저녁식사까지 해결. 그 뒤 월수금은 태권도를 다녀오면 8시20분 귀가. 화목은 집에 돌아와 7시30분에 귀가하는 엄마 맞이. 그 뒤에 엄마와 다 못한 공부와 수학문제집 한장을 풀고나면 준이의 하루는 끝난다.


매우 빡빡해 보이지만 저 안에는 '학습'보다는 '배움'의 시간이 많고, 그 배움의 시간은 공부보다는 규칙 지키기와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한 단체생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서 그런지 저녁에 엄마와 함께하는 오늘의 학습 마무리와 수학한장도 매일 정해진 분량을 잘 맞춰서 하고 있다. 특히 한짱씩 뜯어 쓰는 문제집 '기적의 계산법'은 부담없는 분량이라 재미없고 너무 싫은 수학이 쫌! 자신있고 재미있는 수학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말 기적이다. 매일 수학으로 전쟁을 치루고 있는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제집이다.


ADHD 아이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지금! 당장! 하고싶은걸 할꺼야!'를 늦추고 하고싶은 것을 하려면 정해진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다. 꽤 오랜기간 연습이 필요하지만 이번 방학은 초반부터 시작이 좋다.


4학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엄마의 마음은 분주하다. 그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차근차근 해야지라고 여러번 다짐을 하지만 학군지를 떠나지 않는 한 도를 닦는 마음으로 지내야 한다. 이제는 영어학원을 좀 보내봐야겠다는 생각에 방학이 시작되기 전 12월 초부터 어학원을 알아봤다. 수능대비를 위한 학습적인 영어와 독서를 통한 영어학습 등등 정말 많은 어학원이 있었다. 몇군데 괜찮다는 곳을 골라 연락을 하고 레벨테스트를 받았다. 예상했지만 역시나 준이의 나이와 학년에 맞는 아이들은 이미 저세상 영어를 하고 있었고, 준이가 들어갈 수 있는 반은 '없었다' 낮은 학년이랑 같이 수업을 들어도 괜찮다고 상담했지만 그 마저도 맞는 시간이 없었다. 휴우 더이상 찾아보는 건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왜 그동안 학교 수업도 제대로 안들었냐는 원망을 아이에게 쏟아낼 것 같아 방법을 바꿨다. 엄마랑 매일 하자!


매일 30분 영어듣기, 영어영상 보기, 수련관에서 기초 수업 듣기, 재미있는 영어책을 마련해 같이 읽기. 여전히 느릿느릿 거북이 같이 가는 험난한 길이지만 다들 늦었다고 하지만 뭐... 그런 말들이 무슨 소용인가. 그냥 하면 언젠가 필요를 깨닫는 순간이 올 때 더 열심히 하는 때가 오겠지 생각한다. 유창하지 않아도, 유려하지 않아도 너의 때에 너의 필요에 답을 하는 날이 올거라 믿는다.



요즘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배울 수 있게 준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7살에 ADHD 진단을 받았지만 엄마의 마음은 4년이 지나 이제서야 받아들이고 있구나. 그동안은 왜 나에게 이런 아이가 왔을까 답없는 질문만 던지고 있었구나. 다르게, 느리게 키워야 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래, 남과 다르게 살고싶어하는 엄마를 많이도 닮았구나 그게 너로구나. 생각한다. 너의 세상을 너답게 살아가도록 너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도록 난 오래도록 뒤에서 앞에서 옆에서 기다리며 너의 필요에 조금씩 손내미는 엄마가 되어주마.


이 결심이 또 분주한 마음으로 흔들릴 때가 있겠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또 그렇게 살기를 마음먹는다.



#라라크루

#ADHD

#엄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손이 닿지않는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