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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닿지않는 순간이 있다

by 오붓한일상

팀원이 퇴사했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던 팀원이라 그럭저럭 해내고 있구나 싶었는데 해외 출장을 간 사이 문득 이직을 하게 되었다며 연락이 왔다. 기간제계약직이었기에 괜찮은 조건에 맞춰 가는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나에게 말한 퇴사 이유와 대표님에게 말한 퇴사 이유가 달랐다. 다른 직원에 대한 험담을 잔뜩 하고 그로인해 불편함으로 일하기 어렵다고 했다는 말...


그 이야기를 듣고 원인 제공을 한 다른 직원을 원망했다가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불편함을 느꼈다면 잘못한 것인가?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상대가 싫다는 이유가 겹치다보니 다 싫어진게 아닐까... 생각해보니 얼마전 본부장과 퇴사한 팀원과 트러블이 있었다. 아니 트러블이라기 보다는 미숙한 팀원의 보고 실수로 불쾌해진 본부장님이 꽤나 당황스러운 제스춰를 취하는 바람에 허거덕 했던 상황. 본부장님도 사과하고 팀원도 죄송하다 하며 일단락 되었는데 거기부터였을까...


팀원이 늘면서 그리고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좀더 넓은 시각과 마음으로 상황을 들여다봐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뭉치며 같이 하던 분위기는 점점 사라지는 풍토가 아쉽고, 마음을 쓰며 애정하는 것이 괜한 에너지를 쓰는게 하는가 싶을 때가 많아진다. 어차피 퇴사하면 남인데...


그래도 이 험난한 문화예술판에서 서로를 의지하지 않으면 끝까지 버티긴 어렵다. 언제적 고리타분한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혼자 만들 수 있는 공연이 있던가, 나만 잘하면 축제가 잘 만들어지냐는 말이다. 절대 혼자할 수 없는 문화사업 분야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애정하지 않으면 고생만 하다가 질려서 떠나버리기 마련이다.


나는 그렇게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 애정하려고 하고, 더 마음을 나누려고 하나보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나의 손이, 마음이 닿지 않는 상황이 자꾸 생긴다. 그래서 나도 자꾸 마음을 주지 않으려는 순간을 맞는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래도 두드리고 마주보고 대화해야지...


그래야 우리가 오래 더 버틸 수 있을거다.

그래야 우리가 같이 만든 멋진 무대에서 웃고있는 관객을 보며 뿌듯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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