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주말 아침
팀원에게 연락이 왔고, 업무와 관련된 소통을 하다가 뭔가 꼬여버렸는지 팀원은 소리를 지르며 한바탕 쏟아내고는 전화를 끊었다. 팀원에게 나는 무능력하고 책임감없는 팀장이 되어있었다. 이건 무슨 상황인지 너무 당황스러웠고, 주말을 보내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심지어 그 팀원이 사과하는 꿈까지 꾸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올라오는 화에 나 또한 버럭버럭 했겠지만 요즘 나는 모든 상황에 한발짝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팀원의 입장을 생각해봤다. 왜 그랬을까? 뭐가 문제였고, 어디에서부터 꼬여버린걸까?
팀원은 상반기 업무 평가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의 평가 결과는 비밀로 처리되어야 하는데 정책팀을 통해 우리팀 전체의 평가 결과가 노출되었고, 나름 애쓰며 일했는데 본인의 순위를 확인하고는 화가 났던것이다.
우리팀은 그래봤자 3명, 전직원을 합해도 같은 급수의 직원은 4명인데 … 이 넓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궂이 4명이서 치룬 평가 결과 때문에 나에게 그렇게 노발대발 하다니… 섭섭했던걸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건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은 해야하니 나는 감정을 닫아둔 채 월요일 아침을 맞이했고, 팀원에게 담담하게 행동했다. 업무조정을 원했기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팀원이 원했던대로 업무분장을 조정해도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는 판단에 그렇게 처리하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리고 그동안 고생많았다며, 이런저런 고마움을 전달했다. 그랬더니 팀원은 나에게 버리듯이 던진 사업을 같이 담당하겠다고 말하며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
다행이다.
내가 팀원에게 그동안 고생많았다고, 고맙다고 건낸 말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다. 내 마음은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았다. 내가 고마움을 느낀 순간은 고맙다고 말한 당시의 상황보다는 팀원이 다시 마음을 돌려 잘 해보겠다고 말한 순간이었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한발 물러나 거리를 두고 내 감정을 지운 채 미리 고마움을 표시해서 팀원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 그것이 요즘 내가 팀을 운영하는 노하우다.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여우같은 노하우가 늘었다.
일은 해결했는데, 상해버린 내 감정은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문득 떠오른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 너가 주는 나쁜 감정들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쉽지 않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며 똑같이 감정을 쏟아내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래 그렇게 했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괜찮겠지… 자꾸 이런 상황을 겪는 직장에서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