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기록
아이가 입학한지 딱 일주일 되는 날이다.
지난 목요일은 입학식을 했고, 본격 수업 등교는 네번째 되는 날.
어제까지 3일 동안은 느릿느릿 준비하는 아이를 보고 답답해하며 결국 현관 앞에서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기분 좋게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침이 좋아!" 라고 방긋 웃었던 아이에게 준비가 늦다며 화를 내고만 것이다.
워낙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이 오래 걸리는 아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어제는 교문에서 현관까지 불안한 표정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겨우 용기를 내고 들어갔다. 불쾌한 기분으로 1교시를 시작할 아이를 생각하면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또다시 결심한다.
네번째 날인 오늘은 아이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나의 루틴을 시작하기로 했다. 엄마의 컨디션이 좋아야 아이에게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에 힘을 내기로 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커튼을 젖히고,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아이가 먹을 사과를 씻어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깨운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는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좋게 일어난다. 화장실이 급했는지 부지런히 나와 볼일을 보고 세수를 하고 팽~하고 코를 푼다. 소리를 들으며 왠일로 이렇게 수월하게 일어나지? 라고 기분이 좋다. 아이는 식탁에 차려둔 빵과 사과를 먹고, 나는 옷을 챙기던 중 음악은 스윙재즈로 바뀌었고 아이는 어느새 거실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다. 웃음이 픽 나면서도 마음은 급하다.
"의자에서 내려오지 말고, 얼른 먹어~ 8시30분에 나갈꺼야~ 시계보면서 먹어~"
잔소리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화내지 말아야지! 라고 꿀꺽 넘긴다.
8시, 이제 30분 안에 양치를 하고 옷만 갈아입으면 끝!
평범한 아이들에게 30분은 매우 충분한 시간이지만 꼬물거리길 좋아하는 우리집 아이에게는 마음이 조급한 시간이다. 오늘도 여전히 치약뭍은 칫솔을 들고 춤을 추다가 거울에 그림을 그리다가 양치를 하다가 놀다가를 반복한다. "빨리해!"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킨다. 아직 시간이 괜찮으니 기다려보자.
잠시 후 양치 소리가 들린다. 치카치카... 퉤~! 다 끝내고 활짝 이를 보이며 방에 들어와 엄마! 다했어!
화내지 않고 양치까지 완료, 이제 옷만 입으면 된다.
스스로, 혼자 할 수 있게 하려고 무던히도 애쓰지만 아침은 도와주자는 마음을 먹고 단추 잠그기를 챙겨준다. 발에 바세린을 발라주며 보드러운 발을 칭찬하고 따뜻한 체온을 느낀다. 아이도 좋아한다. 웃으며 옷입기를 완료, 나가기로 정해두었던 시간이 10분 남았다. 성공인가? 기분이 좋다. 하지만 교문까지 가봐야 완료.
잠시 쉬었다가 집을 나선다. 기분좋게 대화를 나누며 깔깔거리며 교문앞 도착, 그런데... 그런데...
아이 손에 실내화가방이 없다... 이런, 여유를 부리며 나오다가 현관에 두고 그냥 나와버렸다. 헐래벌떡 뛰어 집으로 간다. 숨차게 학교에 아이를 보낼 수는 없어서 아이를 중간에 두고 내가 대신 뛴다. 너는 여기에 있어! 엄마가 가져올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가지고 내려오라며 부탁한다. 한소리 들었지만 그래도 빠르게 받아서 교문에 제 시간에 도착했다.
성공이다.
오늘은 짜증도 화도 싫은소리도 하지 않고 제 시간에 등교를 시켰다. 비록 실내화 가방이 없었지만 그것 또한 탓하지 않고 웃으며 해결했다. 아이는 교문에서 뒤돌아보지 않고 현관으로 바로 들어갔다. 오늘 하루는 기분 좋게 시작했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기를 바란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화가 나면 어디까지 바닥을 보일 수 있는지, 얼만큼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인생이 무엇인지... 끝없이 생각하며 나를 발견한다.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를 보며 내가 불안해하고, 내가 흔들리면 아이도 함께 그렇게 느낀다. 담담하게, 일부러 느릿느릿, 기다리며 괜찮다고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아이를 키울때는 가장 필요하다. 혹여 실수하더라도 세상이 끝날만큼 큰 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아이의 인생이 망가지지 않는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해내는 아이를 믿어야 한다.
오늘도 다짐한다.
내일도 화내지 않고 등교시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