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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 자전거

너무 평범해서 읽다가 지루해질 수 있는 일상의 기록

by 오붓한일상

아침 7시, 커튼은 젖히니 밖은 뿌옇게 안개가 가득하다.

오늘은 얼마나 미세먼지가 심할까 생각하며 휴대폰의 날씨 앱을 켠다. '상당히 나쁨'

그래도 변함없이 일상을 시작한다. 할 일은 해야지.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 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먼지가 앉은 자전거를 닦고 바퀴에 바람을 넣었다. 이사오기 전 비오는 날 탔던것이 마지막이라 흙탕물의 흔적이 고스란이 뭍어있다. 미세먼지는 강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달렸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라 그런지 걸어가기 애메한 거리가 괜히 고마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번에 읽었던 책은 [ADHD 우리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_신윤미]

조금 더 신경써야 하는 나의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선택한 책이었는데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혹시 자녀의 ADHD에 대해서 고민하고 우울해 하고 있는 부모라면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막연히 이유를 모른 채 왜 그럴까 궁금해하기만 했던 것이 명쾌해지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리뷰는 다른 글로 적어보기로 하고.


도서관의 일반자료실에 가서 반납을 한 뒤, 무슨 책을 빌릴까 적어놓았던 목록을 열었다. 요즘 경제도서에 관심이 많은터라 [부의 인문학]을 읽고싶었는데 아쉽게도 책은 없었다.


선택한 책은 [데일카네키의 자기관리론]

육아휴직으로 많아진 시간과 너무 단순해진 삶을 잘 일구어 나가려면 나의 시간과 생각을 잘 관리해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 선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어제 밤 아이의 하루를 줄줄이 열거하는 나를 보며 신랑이 했던 말 때문이기도 했다.


"당신 요즘 너무 단순한 삶을 살아서 더 생각이 많아진거야"


그래, 맞다.


나는 일을 많이 사랑했다. 일하는 것이 너무 좋았고, 일하고 있으면 살아있다고 느꼈고,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항상 자신하며 일해왔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멈추고' 지금 온전히 아이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불안한 일이기도 하고, 아이에게 자칫 집착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이 나에게 얼만큼 생각의 전환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걱정을 줄이고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데에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어린이 자료실로 이동해 아이를 위한 책을 잔뜩 빌렸다. 학교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는 책, 엄마의 욕망이 담긴 영어 동화책까지 8권을 집어들고 나니 자전거를 타고 이 무거운 책들을 어떻게 가지고 가나 싶었다. 웃음이 났다.


1. 수줍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라요

2. 무서움이 갑자기 몰려와요

3. 감정에 이름을 붙여봐

4. 나의 첫 사회생활

5. 학교가 즐거울 수 밖에 없는 12가지 이유

6. BLACKOUT

7. Good-night, owl

8. 소중한 나



백팩에 9권의 책을 잘 넣고 자전거의 패달을 밟는다. 무거운 가방에 살짝 휘청거렸지만 이내 달린다. 미세먼지가 가득하지만 차가운 바람은 상쾌한 기분을 막진 못한다. 도서관에 다녀오면 뭔가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어도 나의 것이 이미 된 것 마냥 기분이 좋다. 오늘은 이렇게 뿌듯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 세탁기를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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