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지 못했던 우울감과 장례식

매우 친했던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

by 오붓한일상

아이와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을 찾아 문구점을 여기저기 다니던 중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20-30대 시절 매일 붙어 지내다시피했던 쎈언니들 4명이 있었는데 그 중 미국에 시집간 친구의 아버지가 병 중 소천하셨다는 소식이었다.


장례식장은 충남 홍성.

경기도 일산에서 이동하기에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아이의 등교를 신랑에게 부탁하고 새벽녘 길을 나섰다. 결혼 후 둘다 첫째를 비슷한 시기에 낳고 키우며 일도 하던 터라 연락이 뜸해진지 몇달이 지났는데 그 뒤 아버지께서 심정지가 왔었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온지 일주일 됐다며 그래도 아버지 얼굴은 뵙고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에 위로받는 것 같았다.


점점 부모님이 곁을 떠나실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우리 부모님과는 언제쯤 이별을 맞게될까. 세시간 남짓 운전을 하며 오늘따라 유난히 예쁜 하늘을 보니 마음이 더 쓸쓸해진다.


요즘 많이 우울했다. 매일매일 단조로운 일상에 무기력했고, 그러지 말아야지 결심을 해도 아이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 앞에서 한숨을 쉬고 나지막히 뱉은 ‘지겨워’라는 말을 아이가 듣고 되묻는 걸 들으며 이런 일상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끝나는 날짜가 정해져 있지만 마치 끝없는 길을 꾸역꾸역 걸어야만 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친구 아버지의 장례 소식은 나에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매일 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볼 수 있게 해줬고, 날아가는 새를 보며 편안함을 느꼈다. 이제 만날 수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남은 가족들은 서로를 챙기고 보듬는다. 결국 지금 옆에 있는 가족과 함께 먹는 밥 한그릇이 세상가장 소중하고, 마주보며 웃을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대단한 기적이라는 것을 기억해낸다.


위로를 주러 갔는데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았다.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시 서울로 출발하는 길. 그렇게 오늘도 매우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살겠지만 그것이 지금 내 삶의 전부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잃어버리지 말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아이는 AD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