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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히는 오늘입니다

ADHD 아이와 마음 졸이는 일상

by 오붓한일상

ADHD 아이를 키우면 마음을 졸이는 일이 많이 생긴다.

아이가 8살이 되어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 등교하는 순간부터 하교까지, 학원에 들여보내고 끝나는 순간까지 내 마음은 조마조마한 상태가 시작된다. 내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시간 내내 나의 불안함은 끝을 모르고 달린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별일이 없었고, 담임선생님 연락도 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하교하는 아이는 교실에서 연필에 찔렸다며 심이 박혀있을 수 있으니 병원에 가야한다고 한다. 실수로 그랬다고는 하는데 아픈것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이가 교실에서 소란을 부리지는 않았을지, 울며불며 시끄럽게 굴진 않았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직 담임선생님에게 ADHD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생길까 마음이 답답했다.


아이를 달래고 피부과에 갔다. 다행히 연필심이 박혀서 오는 아이들이 종종 있는지 흔쾌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셨고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아주 약간의 피가 나는 걸 본 아이는 그때부터 울고불고 시작이다. 그 와중에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오고 상황 설명을 들어보니 아이가 필통에 있던 연필을 다 꺼내 장난을 치다가 생긴 상황인것 같았다. 난리치는 아이를 붙들고 전화를 받는 중이라 정신없이 연락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만 전한 뒤 끊었다. 병원은 점심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애를 계속 붙들고 있을 수는 없어서 우선 마취크림만 발라주고 한시간 뒤에 다시오라며 병원을 나섰다.


집에 돌아가 아이를 진정시키고 좋아하는 영상을 보여준 뒤 담임선생님에게 아이가 아프다고 소란을 부리지 않았을지 걱정이라며 즐거운 주말 보내시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이게 맞는건가, 너무 구구절절 아닐까... 또 걱정이 앞선다.


병원에 갈 시간이다. 아프지 않을테니 소리지르지 않기, 울지말기 신신당부를 하고 들어갔고, 연필가루가 남아 점이될지 모르니 레이저로 깨끗하게 해주시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레이져요?!?! 아픈거 아니예요?!?! 안할래요!!!!! 아파요!! 엉엉... 간호사가 붙들고, 내가 붙들고, 다행히 의사선생님은 허허 웃으며 뭘 그렇게 우냐며 오히려 아이를 달래신다. 다행이다. 보통 선생님들의 냉랭함에 마음이 더 다치곤 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감사했다. 간호사선생님도 아이를 달래주시며 밴드를 붙여주신다.


영어학원 시간은 이미 늦었고, 아이도 지금 바로 가긴 힘들것 같다고 해서 학원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한그릇 하는데 갑자기 1교시에 하는 영어 마피아 게임이 재밌다며 가겠다고 나선다. 가기 싫다고 하더니 벌떡 일어나 가야한다고 마음이 급하다. 라면을 정리하고 학원에 올라갔는데 이미 1교시는 끝났고, 그 순간 아이는 다시 짜증모드로 돌아가 2교시는 안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1교시는 놀이를 하지만 2교시는 오로지 영어만 사용하는 외국인 선생님이라 아이가 하기 싫다고 그랬었는데 역시나 2교시 선생님은 자기를 싫어한다며 안가겠다고 난리를 부린다. 가방을 두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말도 안되는 이유들을 줄줄 늘어놓길래 어느정도 달래다가 안되겠다 싶어 단호하게 말을 하고 들여보냈다.


아이 학원이 끝날 시간을 기다리며 가까운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이 많이 답답하고 우울하다.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그물에 걸려있는 느낌이다. 내 아이지만, 나와는 너무 다른 인격체라서 순간순간 이해가 안되는 상황을 마주칠때면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워진다. 우선 내 마음이 많이 무너져 있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시댁 형님은 세번째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고있고, 그 수발을 하시는 어머님은 너무 힘들어 하시고, 신랑은 내 상황은 안중에도 없고 마음은 시댁에 가 있다. 무슨 말만 하면 누나가 이렇게 아픈데 너는 너무 매정하다고... 내가 매정한게 아니라 내 정신도 못차리고 살겠다. 그래서 나 역시 형님과 어머님이 걱정되지만 나 스스로 내 마음 지키기도 너무 어렵다고 ... 사실 그 말 조차 하기도 전에 또 우냐며 내가 아이에게 너무 못하는 엄마라는 말을 쏟아내는 남편을 보면 마음이 더 답답하다.


나는 참 서툰 엄마다. 일에는 똑똑하게 굴지만 아이를 챙기는건 할줄 아는게 없는 것 같다.

자꾸 마음이 작아진다. 아니 쫄아드는 기분이다. 자신이 없고, 답이 없다.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다. 오늘은 중간에 나오지 않았는지, 끝까지 잘 했는지 또 마음을 졸인다.

제발 잘 했기를... 교실에서 나오지 않고 끝까지만 잘 앉아있었기를 바란다.


이제 학원으로 출발...다시 마음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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