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학원 끝나는 시간 기다리는 중
준이를(아이의 호칭을 만들어봤다) 영어학원에 들여보내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마지막 남은 쿠폰을 사용하며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조금씩 나도 아이도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지 즐거운 방법을 찾아보고 실천해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있는 준이의 같은반 친구 엄마랑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각자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난 뒤 함께 다이소 쇼핑을 다녀왔다. 아직은 '내 친구'가 아닌 준이의 친구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매우' 어색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 섞여서 문제없이 잘 놀고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준이는 생각보다 학교 생활은 잘 하고 있다. 동네가 워낙 공부시키는 부모들이 많은 곳이라 학교도 그에 발 맞춰서 베테랑 선생님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쾌활하고 즐거운 담임선생님을 만나 준이의 활발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보인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학교가 즐겁다고 하니 믿어보는 수 밖에.
다만 방과후수업과 영어학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학 후 먹고있는 약이 유지되는 시간과 아이의 반응을 지켜보고 용량을 조절하자고 하셔서 늘리지는 않았는데 최근 몸무게도 늘었고, 오후 3~4시까지 이어지는 활동들을 어려워하는 걸 보면 조절이 필요해보인다. 반응 뿐 아니더라도 몸무게에 비해 적은 용량을 먹고있는 상황이다보니 오후 활동을 할 때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어제는 방과후 수업 중 가방을 싸고 교문을 나서는 바람에 외출을 했던 나는 아이알리미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준이는 집 비밀번호도 아직 못외웠고, 주변에 대신 준이를 데리러 가줄 사람이 없던 상황이었는데 그저 친구랑 자전거를 너무너무 타고싶었던 준이는 방과후수업을 힘들어하고 나와버린것이다. 다행히 담임선생님께서 쫒아나오셔서 무사히 교실로 돌아갔지만 방과후수업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있는 동안 나는 지하철에서 내려 광장, 놀이터, 학교후문, 집까지 뛰며 아이를 찾았고, 심장은 쿵쾅쿵쾅 정말 없어졌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차분히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는데 선생님은 허허 하시면서 저랑 같이 있어요 ㅎㅎ 하시는게 아닌가... 눈물이 났다. 다행이다. 괜찮다. 무사하다.
아직 눈 앞에 보이는 것, 지금 당장 하고싶은 것에 대한 욕구가 높고 자기조절능력이 어려운 준이는 옆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않으면 힘들어 한다. 순서를 알려주고 차근차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학교라는 공간은 자율성으로 움직이다보니 이런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다.
다행히 담임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방과후선생님께 사과도 드렸고, 다음주에는 잘 할거라는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해야할 것들을 한 뒤에 놀아야 한다는 것, 친구들도 그렇게 자기 할일을 하고 놀이터에 나온다고 가르쳐주시는 담임선생님께 감사했고, 이유가 어찌되었든 준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눌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힘들어 하는 경향이 보이긴 한다고, 그래도 아직은 '문제다'라고 말씀하시는 수준은 아니니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연습할 수 있게 도와줘야 겠다.
이번주 토요일에 병원 진료를 앞두고 있으니 이런저런 상황들을 잘 적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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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옆에 있다. 3시55분에 학원이 끝난다. 수업을 끝까지 잘 듣지 못했으면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잘 하고 있겠지, 오늘도 내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은 아이를 믿고 응원할 수 밖에.
이 시간이 좋다. 하루하루 숨막힌다고 못하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아이와 나를 서로 다른 인격체로 인식하고 준이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반응들을 해주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일상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