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처음 경험해보는 시간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뇌 안에서 주의 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 주의 집중력과 행동을 통제하는 뇌 부위의 구조 및 기능의 변화가 ADHD의 발생과 관련된다.
- 서울아산병원
나의 아이는 ADHD 이다.
아이를 낳고 4개월이 되었을 쯤 부터 일을 했던 나는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과를 보냈고, 오전에는 신랑, 오후에는 양가 할머니, 저녁에는 내가 시간을 나눠 아이를 돌봤다. 많은 사람 손을 타는 이유로 불안이 높은줄 알았고, 남자아이니까 활발하겠거니, 말도 일찍 트였고 똘망똘망 다른 아이와 큰 차이는 없어서 뒤늦게 유치원에 가서야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어느날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교실에서 나가고, 책상에 올라가고, 소리를 지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주 조심스럽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꽤 오랜시간 교사를 해왔는데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셨다. 설마 했지만 신뢰하는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더는 지체할 수 없어 병원을 알아보았다. 대학병원은 이미 대기가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그래도 동네에서 평이 좋은 곳을 찾아 갔다.
선생님은 아이를 보시자마자 검사를 하기 전이지만 맞는 것 같다고 하셨고, 한시간이 넘는 검사를 하고난 뒤 며칠 후 ADHD 진단을 받게되었다. 마음이 심난했지만 다행히 자폐와 언어발달, 지능은 문제 없으니 약을 잘 먹고 치료를 하면 괜찮아 질거라는, 다만 오랜 기간 해야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괜찮다. 괜찮다. 마음을 다독였지만 나 역시 불안이 높은 사람이라 당황한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이의 상태가 어느정도인지,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서 약을 받으며 이것저것 묻는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묻고, 집에 돌아와 전문가들의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한다. 그래 그렇게 태어났으니, 누구 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 이유를 찾고 원망을 하기보다 지금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먼저 해주자. 마음이 급했다.
아이를 돌봐주는 친정엄마에게도 이야기를 전했고, 감사하게도 엄마는 더 잘 챙기자며 위로를 전한다. 시어머니는 약을 꼭 먹여야 하냐며, 이런저런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신다. 신랑이 ADHD에 대해서 다시 설명을 드리며 아이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드렸다. 유치원에도 말씀을 드리고 아이를 긍정적으로 케어하기 위한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병원을 가기 전 날이면 꼭 전화를 걸어서 아이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며, 유치원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하신 선생님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1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아이는 8살이 되었고, 학교에 입학했다.
약을 먹고 등교를 하면 그래도 학교 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이 지낼 수 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불안하다. 잘 하겠지? 아이를 믿어야 한다는 말을 마음속에 계속 되뇌이며 내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기도를 한다. "하나님, 아무 사고 없이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켜주세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아이를 믿고 하루하루 무사히 잘 살아내는 것 뿐.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오랜시간을 아이와 보내본 적이 있었나? 하고 생각해보면 전혀 없었다.
휴직 후 요즘은 ADHD 아이의 학교 생활이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요즘 내 모든 일과의 최종 목표이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ADHD아이에게 루틴을 잡아주기 위한 나만의 훈련으로 아침에 화내지 않고 등교 시키기, 9시30분에는 침대에 눕기 위해 8시에는 목욕하기... 정말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직장에 가는 대신 일하는 것 처럼 아이를 케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웃음이 난다.
나는 일 중독자처럼 살았다. 일하는게 가장 좋았고, 행복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고 헬스장에 가서 2시간 운동을 하고 돌아와 잠시 신문을 보고, 점심을 먹으면 하교하는 아이를 맞이한다. 드디어 화~목은 오후 수업이 시작했고, 방과후 활동과 영어학원을 보내게 되어 나의 시간이 조금 더 생기긴 했다. 그래도 아이가 돌아와 먹을 저녁 밥과 간식을 챙기려면 뭔가 애메하게 틈이 안생긴다.
아이에게 집중된 시간. 아이도 나도 처음인 이 시간이 소중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마음을 낮추고 아이에게 집중해야한다. 한달이 지난 휴직은 나를 조금 지루하게 만들지만, 하루종일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의 ADHD 아이 덕분에 귀가 피곤하지만, 하루종일 청소하고 살림을 해도 티가 안나는 집안일이 정말 하기 싫지만...그래도 나는 지금 아이와 함께 한다. 평생에 지금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를, 그렇게 마음을 다시 먹어본다. 11개월 밖에 안남았다고, 너무 빨리 시간이 지나간다고 마음을 다시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