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가면 마음껏 즐기고만 싶다

기획자의 직업병

by 오붓한일상

4월 말부터 10월까지 기획자는 숨쉴 틈 없이 일하는 시기이다.

시즌이 왔다고 말하는데 겨우내 준비해온 여러가지 사업들을 현장에 펼치고, 평가받는 것이다. 그동안 나도 남들이 놀 때 그 판을 깔기위한 일을 하면서 이 시즌이 바쁘고 정신이 없었는데 올해는 육아휴직 덕분에 나도 즐기는 입장이 되어 여기저기 다녀보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행주산성 <행주가 예술이야>와 일산호수공원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다녀왔다.

아이가 있으니 주말에는 책상 공부보다 현장을 경험하자는 취지이기도 했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나 궁금했던터 시장조사의 의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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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은 그동안 가까이 살아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야경이 굉장히 멋있었고 이런 곳이 숨어있었다니! 하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조명을 예쁘게 꾸며놓은 탓도 있었겠지만 위에서 본 서울의 풍경은 놀라웠다. 강변북로가 훤히 보이고 저 멀리 남산까지 반짝거리는 가로등과 건물의 조명이 한껏 멋지게 빛났다.


대첩비가 있던 정산에서 고양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한국무용, 홍익대학교 학생들의 미디어아트, 태권도단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들이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평가자의 시각으로 그럭저럭 그냥저냥 꾸몄네하고 말았을텐데 그날은 반짝이는 눈으로 공연을 즐기는 준이도 너무 즐거워하고 모인 관객들도 함성으로 분위기가 한껏 올라 나도 그 대열에 끼어 즐겁게 공연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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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박람회는 청년시절 고양시에 살았을 때도 한번도 가지 않았는데 동네에서 하는 축제이니 가봐야지!라며 티켓까지 구매하라는 신랑의 열정에 가보게 되었다. 고양시민은 할인을 해준다길래 시립도서관에서 이름을 적고 티켓을 샀다.


일산호수공원은 규모에 비해 주차장이 좁아 집에 차를 세워두고 준이는 킥보드, 나는 자전거, 신랑은 전동킥보드를 타고 슬슬 움직였다. 생각보다 거리가 있었지만 운동하는 셈 치고 열심히 갔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북적북적.

사실 나는 내가 기획하는 축제 말고는 잘 안간다. 사람이 많은 것도 싫고, 그 안에서 시끄럽게 뒤섞여 흘러가는 것도 싫어서 꼭 봐야하는 축제라면 끝날무렵 쯤 가보는 정도. 이기적이지만 내가 기획한 축제는 사람이 북적북적! 매우 즐거운 일이다.


예상했던 것 보다 꽃 전시도 좋았고, 신기한 꽃들, 꽃을 활용한 세계 여러나라 작가들의 작품들 등등 잘 구성되어 있었다. 마켓을 외부로 빼두어서 사람들이 몰리는 걸 방지했고, 넓은 장소 구석구석 롯데리아와 크리스피도넛, 도시락 가게가 위치해 있어서 전시장이 넓어 관람 중 출출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곤충 코너가 있어서 사슴벌레를 만져보거나 옷 위에 올려보는 체험도 할 수 있었고, 장수풍뎅이의 애벌레도 볼 수 있었다. 다만 곤충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았지만 준이는 TV로만 보던 곤충들을 실제로 보며 매우 즐거워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 집으로 출발. 오며가며 걸었던 길을 재보니 약 8km를 걸었다. 투정한번 안부리고 즐겁게 다녀온 준이에게 칭찬을 해주고 오늘 저녁은 떡볶이와 순대! 너무 걸은 엄마는 밥할 기운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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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기획할 때면 관객이 들어서는 입구를 시작으로 동선을 계산해 어떤 흐름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 고민한다. 구석구석 재미를 넣고, 편리를 담아서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구상한다. 그런데 이틀동안 다녀온 축제들을 돌아보면 물론 구석구석 다양함이 있었고 즐거움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건 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남기는 사진, 안전함이 전부였다. 다소 촌스러운 공연도, 허술한 축제 안내지도 별로 중요하진 않았다.


결국 직업병이 올라와 평가하는 눈으로 보기도 했지만, 요즘 학교에서 봄꽃에 대해 배우며 해바라기를 궁금해 했던 준이가 드디어 해바라기를 봤다며 행복해하는 표정 하나로 주말 나들이는 성공적!


다음주에는 어디를 가나, 또 뒤적뒤적 떠나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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