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나만 키우는게 좋겠습니다

햄스터, 특수동물병원 진료

by 오붓한일상

우리집에는 햄스터가 한마리 있다. 이름은 해미.

작년 11월에 준이의 유치원에서 분양 받아온, 솔직히 성별도 모르는 녀석이다. 아주 예전에 잠시 햄스터를 키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뭣도 모르고 키웠겠지. 요즘에는 햄스터만의 특수한 집도 만들주고 사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간식이 있다. 그만큼 신경쓸 것도 많다는 것이다. 사람이 햄스터를 대하는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집에서 키우는 건 아들 하나로 족하다. 그런데 그 아들이 데리고 온 녀석이니 애지중지 키워볼 수 밖에. 작고 하얀 것이 오물오물 해바라기씨 껍질을 벗겨내고 양볼 주머니가 터지도록 담은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며 귀여워 한다. 애정이 생겼나보다.


며칠 전 우연히 밥을 주다가 얼굴 한쪽이 불그스름한게 털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뭐지! 그때부터 햄스터 탈모, 햄스터 스트레스, 햄스터 병, 햄스터 치료, 소동물병원, 특수동물병원...검색을 시작했다. 원인은 다양했다. 그 중 의심스러운 것은 날씨가 많이 더운 상태에서 한동안 바꿔주지 못했던 베딩의 청결상태. 또는 얼마전 집을 바꿔줬는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받은 스트레스. 또는 준이의 방문 앞에 놓여있던 집을 지나가다가 툭툭 건들이고, 새로운 장난감을 넣어주며 자는 햄스터를 깨우고 또 깨우던 준이의 장난...이유는 많았다. 그러나 뭐가 이유인지는 알 수가 없었고, 이유가 어찌됐건 피부가 이상해 보인다는 거다.


며칠 좀더 지켜보자 하고 매일매일 들여다봤다. 이렇게 이 녀석을 마음을 다해 챙기고 있다니. 이 더운 날씨에 내 몸 하나 챙기기도 지치는 상황에 방학인 준이와 햄스터라니...그래도 생명이니 어쩔 수 있겠는가. 그루밍 하는 모습을 보며 특이한 점이 없는지도 살피고, 밤에 잘 노는지, 낮에는 푹 자는지. 그러고보니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자는 녀석이 분명 이상하긴 했다. 붉은 부분이 더 넓어진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마음을 먹고 병원에 가자, 작은 케이지에 베딩과 좋아하는 해바라기씨를 넣고 해미를 넣었다. 그때부터 스트레스 행동이 시작한다. 박박 긁고 탈출하고 싶어한다. 안타깝지만 병원에 가는 길이니 다독이며 버스를 타러 간다. 하필이면 차가 없는 날이다. 한손에는 케이지를 들고, 한손에는 양우산과 준이의 손을 잡고,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차를 끌고 나간 신랑을 원망한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검색으로 과잉진료를 하지 않고 잘 봐주신다는 병원을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진료가 끝났단다. 선생님이 몸이 안좋아 3시에 들어가셨다고 하는데 이미 시간은 지나있었다. 아니, 아픈 동물들이랑 같이 아프시면 어쩌란 말인가. 햄스터 같이 소동물을 봐주는 병원은 별로 없어서 또 지하철을 타고 가야하나 했다가 해미가 기절한 듯 배를 보이고 벌러덩 누워 움직이질 않길래 집으로 가자고 방향을 돌렸다. 순간 아찔했다. 죽었나? 이 길에서? 어떡하지? 준이 앞에서? 긴장을 했다가 뚜껑을 열고 배를 건들인다. 금방 다시 몸을 돌려 움직인다. 다행이다. 살아있구나. 조금만 더 견뎌라, 나도 덥지만 너는 더 힘들겠지. 마음을 전하며 힘을 내라고 한다.


집에 도착해 큰 케이지에 넣어주었다. 잠시 기운이 없어 누워있더니 이내 일어나 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계속 마신다. 너도 목이 많이 말랐구나. 나랑 준이도 집에 오자마자 이온음료를 두컵씩 들이켰단다. 오늘 밤 잘 버티고 쉬다가 내일 병원에 가보자. 조금만 더 힘을 내렴.


아들 하나만 키워도 벅찬 삶인데, 나에게 주어진 또하나의 생명. 궂이 뭘 병원까지 데리고가~라고 생각했다가 상태가 안좋은 걸 보고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병원 진료가 되는지 확인도 안하고 간 나를 보니 새삼스럽다.


"해미야, 너의 생명만큼 충분히 살다가 가렴. 그런데 아직은 안된다~"


한줄요약 : 생명은 모두다 소중하다. 비록 손바닥 보다 작은 생명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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