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칠 때는 혼자 있지 말자
우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서 아무것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 글을 써야하는데, 책을 읽어야 하는데, 독서모임을 준비해야하는데, 토요일에 있을 공연 기획 미팅을 준비해야하는데, 9월에 또 다른 공연이 잡혔는데, 포스터 디자인도 해야하는데...구구절절 해야할 일이 넘치도록 많은데 ‘읏쌰’하면서 일어나지 못하고 내 마음은 맥없이 누워만 있다.
이 우울한 마음은 방학과 함께 찾아왔다. 매우 호기롭게 계획을 짰고, 일정에 맞추어 잘~ 보내고 있는데 나는 지치고 있었나보다. 무거워진 마음에 더 우울감을 더하는 건 언제나 해맑은 준이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이다. 종일 붙어있으니 하루에도 수백번 아니 수천번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엄마......ㅇㅓㅁㅁㅏ....’ 머릿 속에서 메아리가 울리고 마음 속에서는 짜증이 순간 올라온다. “그만 좀 불러~”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귀가 아프다.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이래도 되나, 준이가 속상할텐데, 나는 엄마인데, 이러면 안되는데, 엄마도 사람인데... 죄책감과 괜찮다의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이런 마음을 견디다 못해 종일 일하고 늦게 들어온 신랑한테 짜증을 부린다. 영문도 모른채 독한 말을 내 뱉는 아내의 반응에 서운해 하는게 보인다. 모르는 척 한다.
오늘 아침 일찍 눈을 떴다. 6시 30분. 몸이 무겁다. 오늘 하루도 길겠지? 아직 준이가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자라는 마음이 슬금 들어온다. 폰을 들고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가 얼마 전에 본 ‘고양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떠올랐다. 상담이라도 받아볼까?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고민를 적고 연락처를 적고 신청 버튼을 눌렀다.
오후 설겆이를 하고 쉬는데 폰이 울린다. 센터의 연락이었다. “신청하신 내용 확인하고 연락드렸습니다. 상담 일정을 잡으려고 하는데요.” 방학 중이라 준이를 데리고 가는 방법 밖에 없어 캘린더를 보다가 개학식날 오전으로 시간을 잡았다. 개학은 아직 2주 정도 남았다. 그때까지 내 마음이 괜찮을까...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상담사의 마지막 인사는 별 뜻 없는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때까지 건강히 그리고 무사히 지내다가 뵙길 바랍니다.”라는 말로 들린다. 남은 기간, 걱정이 앞선다. 한편으로는 내 편이 생긴 것 마냥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살랑 들어온다.
그래 지금 나는 나에게 주어진 너무 많은 시간에 당황하고, 그 시간을 온전히 준이에게 쏟아야 하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고 오던 준이와 종일 붙어 있으려니, 그리고 ADHD 아동의 넘치는 에너지와 움직임, 쏟아내는 말, 호기심을 감당하기에 벅 찬 것 같다.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 잘 해내고 있다고 그동안 글을 적어왔지만 내 안에서는 나의 아이를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럴수가... 내가 낳은 아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니...
너무 슬프지만 받아들이며 건강해지기 위한 연습을 해야지. 그래 괜찮아. 혼자 있는걸 좋아하지만 당분간은 그러지 말아야지. 도움을 받고 잘 살아내자.
한줄요약 : 손을 내밀자, 도와달라고. 그래도 괜찮은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