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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나는 아주 작고 외진 섬 하나에 이주했다

-단편소설 섬과 나 중.

by 모호씨

그 시절 나는 아주 작고 외진 섬 하나에 이주했다

섬은 작으나 아주 깊어서 나는 아침마다 섬을 산책 관찰하면서 매일 섬에 관한 새로운 것들을 알아야만 했다


이주를 한 뒤에는 대륙의 일에는 관심을 끊었고 사실 관심을 쏟을 여력도 없었다

섬이 아주 작았고 우리는 바다에 그대로 내몰려 있었다

바다에서 우리가 가장 높아 우리는 온갖 파도와 비바람 그리고 천둥번개를 수시로 맞았다


시끄러운 밤이 많았고 시끄러운 낮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씩씩거리면 잠이 든 새벽 섬의 배에 앉아 그의 호흡과 파도의 박자를 맞춰보는 일이나 또는 반짝이는 피부가 오르는 아침 해로 하루를 작심해 보는 일 불길해서 두렵기까지 하는 진한 구름 속의 피고름같은 석양에 가슴이나 어깨 따위를 괜히 툭툭 때려보는 일 같은 것들은 내가 아주 사랑하고 말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아주 많이 있었다

가령 섬과 나는 식성이 같아

섬이 먹다 남은 것은 내가 거저 먹었고 내가 먹다 남으면 섬 위에 놓아주곤 하였다

섬이 계절마다 바꿔 입는 옷들도 나는 매우 흡족했다

낮은 쪽은 늘 하얗게 빛이 났고

옴폭 솓은 심장은 하늘과 딱 갈라지는 검푸른색과 터지는 듯한 적갈색 사이에서 매일 수고스럽게 다른 옷을 꺼내 입곤하였다

섬이 몇 잎 떨어뜨려주면 나는 그것들로 새들에게 수치심을 감추곤 하였다

‘취향이 맞아’ 나는 중얼대곤 하였다


다시 말하지만 하늘과 섬은 딱갈라지게 다른 푸른색으로

나는 섬과 하늘을 분명히 나눠 볼 수 있었다

바다와도 마찬가지였다

보는 일은 언제나 섬을 생각하게 하는 일이었다


섬에 누워 하늘은 보면 섬도 누워 같이 하늘은 보았다

섬과 함께 헤엄을 쳤다

멀리 나가보아도 섬의 다리가 내게로 뻗어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넌 나의 세상이야

나는 어느새 겁도 없이 그런 얘기를 곧잘 하곤 하였다


-단편소설 섬과 나 중.


W 상석.

P Susan Fraz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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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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