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을 잃어버린 내사랑이 나와 함께 내년으로 간다네

오늘 날씨 맑음

by 모호씨

신분증을 잃어버린 내사랑이

나와 함께 내년으로 간다네

자기야

우리 소개로 쓸 수 없는 우리가 되자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우리가

비를 담으면 물이 되고

비를 찍으면 무늬가 되고 말 듯

자기야

우리 우리를 포착하려는 의지에서 늘 벗어나는

신비한 본능을 더 일으키며 살자

서너 장의 사진 쯤 고르는 일이

한 해를 몇 자의 글로 기록해 두는 일이

나는 참 어려웠다

너를 만나고

나는 여전히 너를 모르고

나는 여전히 너를 발견하기에

우리의 하루는 계열도 못 이루고

옆으로만 펼쳐 놓는 제각각 다른 무늬의 카드들

어제로 오늘을 가늠할 수도 없고

어제와 오늘을 뭉쳐 놓을 수도 없는

아주 큰 게임

기도를 할 때만 신을 만나고

기도를 할 때만 신앙이 생기는 것

무엇인지 모를 것을 믿는 신비라는 게

거진 정복된 사람에게도

어쩌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내년을 예상하고 안심하는 일보다는

모르는 대로 모르는 일로

내게 오는 네가 나는 더욱 신이 나

다행이다 주운 신분증으로

누구도 당신을 찾을 수 없다네


W 심플.

P Scott Webb.


v3qeazjxxty-scott-webb copy.jpg


2016.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