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없어도 닿을 그를 향한 코끝 속삼임

오늘 날씨 맑음

by 모호씨

1

삶을 이해한 듯 나 바다를 사랑하네

지칠 줄 몰라 넘나드는 바다 어깨의 유연성 만큼

얼마나 내려치던 땅인가

땅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곳

반짝이는 탄탄한 모래 위에

탄탄함 때문에 쌓을 수 있던 나만의 집

네가 좋아하다가 허물어도

나도 내 생명이 깨어 있는 한

또 짓고 마는 나의 끔찍한 배출이여

기억이 부족하여 나는 상상하네

너와 나는 지루하게 성실하여도

너와 내가 짓고 허무는 사랑은 늘 럭비공처럼 꺾어대길

기억하지 말라고

나는 젖지 않는 종이를 고르는 일도 없이

비 속에서

바람 속에서

무엇보다 뜨거운 네 가슴 위에서

내 싱싱한 상상을 기꺼이 꺼낸다

사랑하고 망가지고

꽃 피워내고 춤처럼 지고 말길

하나의 삶

부족하여 꿈틀대던 나란 꽃 춤

사랑이라 여겨 나를 꼬옥 잡고 뭉개버린

내 목적지여

무엇을 탓하랴

사랑이어라


2

잊어라

불꽃보다 기억이 늦어 더 길어도

빈 밤에는 다 잊어라

또 피워오르는 불꽃은 그와 나의 이름이 아니리

우리는 어디론가

무의미로라도 기꺼이 가고 마는 행복한 한 쌍

마주보는 취기에 취해

순간이라 완성함을 느낀 불꽃

불타는 게 아니라

터지는 것이었지

그 순간 무엇보다 빠르고

그 순간 무엇보다 확고했지

삼켜 뭉친 내 화약이여

그가 물어 뱉은 내 말이여

그를 상상처럼 옮겨 그리는 우리 삶이여

놀이여

그려졌다가 서서히 빠르게 잊혀질 다만 나와 그이의 춤이여

잊어라

이는 쉽게 뱉은 나의 시

바람이 없어도 닿을

그를 향한 코끝 속삼임


3

모을 이 누구인가

내가 모르는 친절한 사람

그림은 갤러리를 향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 그림이 있다

해답으로 그렸다가 일기로 굳고 마는 그림이 있다


W 심플.

P Ehud Neuhaus.



2017.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