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네가 꿈결에 나를 주라고 불렀지

오늘 날씨 맑음

by 모호씨

나는 너를 알지 못 한다

만약 내가 너를 알면

나는 너를 멈출 수도

너를 없앨 수도

그리고 다시 너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너는 그저 나일 뿐 너는 아니고

나 또한 그저 나일 뿐 더는 아닐 것이다


나는 어려운 네가 필요하다

네 표정 앞에서 쩔쩔매는 나는

너의 관한 지식은 갖지 못하고

다만 너의 시간에 나의 궁리를 맞추어 볼 뿐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오직 거리에 있는 것도

오직 계획에 있는 것도

아닌

너의 표정 위에서

내가 죽기로 쓴 전사


너를 만나기 전에는

나는 외로웠다

외로움은 따분함과 같고

그것은 괴로움에 비할 게 못 된다


나는 너를 만나 진정으로 괴로웁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에 묶여 있다

눈감아 잊을 수도 없는 문제

벤치타는 개미도

활강하는 새도

온도도

비도

증발하는 물웅덩이도

내게 다 너를 묻는다


기억에도 없는 너

배운 적도 없는 너

나는 스무고개처럼 짐작이나 하며

네 구멍에 손을 찔러 넣고 휘이 저을 뿐

나는 의사도 박사도 아닌

나는 다만 쩔쩔매는 너의 신랑이라


언젠가 네가 꿈결에 나를 주라고 불렀지

그래 어쩌면 나는 너의 주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의 죄를 입고

너의 눈물에 불려오고

너의 고백을 즐겨듣고

괜찮다는 말로 너를 사하고

나의 고난의 시간을 시작하네

너는 내게 구원을 요청하고

나는 네게 구원을 약속한다

허나 나는 도무지 답을 모른다

목숨을 내어 놓도록 답만은 모른다


삶과 사랑은 발음이 닮았다

마주 보면은 무릎 꿇게 되는 것 또한 닮았다

삶과 사랑이 사는데 꼭 필요치 않는 것도 닮았다

하지만

구원은 주와 사람에게는 운명이다

믿기에 운명이라 부르도록 놔두는 것


삶이 나를 부르면

사람이 나를 부르면

내가 고개를 돌리면


어찌할 수 있나

나를 보는 네 가여운 얼굴을


사랑한다

찌질한 웃음은 사는 거에 넘치도록 주고

사랑한다

삶처럼 너만은 골방에다 품고가서

사랑한다

펼치는 손 떨렸지만 품고간 책 안 펼 이 없으니


사랑한다

피하지 않음으로 종교만큼 대하고

사랑한다

성실함으로 과학만큼 대하고

사랑한다

일기만큼 내 몸으로 거르며


사랑한다

아주 긴 책을 쓰다 죽어도

사랑한다

매일 성실히 너를 생각한다


끓여주는 커피와

열어주는 창가로 드는 햇살

뉘여주는 허벅지와

토닥이는 손바닥


잠에 들어 다 못 할 것만 같아

투정하듯 눈을 힘으로 또 뜨면

괜찮다 자도 돼 속삭이는

나를 보며 궁리하는 나의 너


그래

꿈을 꾸면

나는 네 앞에서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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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심플.

P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중.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