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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un 03. 2017

내가 당신의 사후성 당신이 나의 사후성

오늘 날씨 맑음

온통 낮은 것들 사이에서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높아서 다가간 하늘이 아니었고
낮은 만큼 다가온 하늘이었습니다
이 말이 체기를 내려주는 그대의 지압점처럼
내 정신을 툭 터뜨려 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쌓으면 쬐그만 것임 알면서도 집착을 하게 되고
툭 무너뜨리는 발에 발광을 하면서도
재빠른 머리는 다른 모양을 꾸미고 있는 것이죠
계기입니다
효능이 아니라
내가 한 것이지만
당신때문이다 말하는 많은 것들처럼
어느 땅의 하늘이나
어느 사람의 친절이나
괜찮다는 말의 조금 다른 표현이나
집중하는 머리는 편두통을 부릅니다
말은 쉽게 해도 잘 통하지가 않습니다
나의 사투리는 단어집이 없고
주머니도 없는 맨 몸이라 그대에게 가다보면 비고마는 말
용어가 없는 그대의 지압점처럼 차라리
단순함에 알아서 툭 터진 내 정신입니다
하늘은 낮았고 낮은 만큼 길었고
높이가 아니라 길이면 왜 안되느냐고
하지만 그런 것도 조금은 사후성이고
나는 그냥 넋을 놓고 그대 손이나 잡고
나는 그냥 툭 흘러내렸고
제일 낮은 내 머리까지도
툭 하늘은 내려오고
그대도 툭 내려오고
사람은 삶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곳이 삶이라고
버티는 것이 책이고
책은 버티는 게라고
쌓은 것이 아니라
써 내려가지 않았냐고
낮은 만큼 길었고
긴 만큼 자잘한 것도 많았다고
하지만 그런 것도 조금은 사후성
내가 당신의 사후성
당신이 나의 사후성
그렇다면 나는 어느 날에도 걱정일 뿐 괜찮지 않겠냐고
몇 권의 공책이나 몇 장의 그림의
그런 여러 날의 사후성

W, P 심플.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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