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흐리고 비
나는 갈림길이 좋다
하나의 이름이 붙은 길 보다는
선택한다는 착각이
결정적이라는 오해에 갖는 깊은 고민이
어떡하지 하는 물음을 여기저기 던지다가
울컥하고 튀어나오는
저기라는 말들이
나는 갈림길이 좋다
적어도 몇몇은 나와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이고
그렇게 나와 무엇의 이름 앞에 붙을
다른 수식들을 가지는 일이 좋다
그렇게 갈라서다 보면
우리의 길에는 고독한
너와 나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리게 될 거야
하나의 길도 역시 있었던 거지만
하나의 길을 만드는 것처럼
고독한 과업처럼
결정을 후회할 여유도 없이
나는 이 길 위에서의 나라고
그러나 역시
이제는 당신과 나 뿐
우리가 너무 갈라서 걸어온 것만 같다며
더더욱 서로의 손을 맞잡고
처음에는 맞추며 신기해하던 기호들을
예감이나 결심들을
이제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더더욱 서로의 기호로 그리하여 허술하게라도 우리의 기호로
조심히 눈치껏 버벅이며 외쳐대고
그래도 우리는 이상하게 한 길 위에라도 잘 어울린다며
서로를 불신하지도
다른 선택을 마음 먹지도 않고
어디선가 아니 그런 어디가 없다하더라도
어디로 가는 동안에라도
삶의 표현들은
얼마 안되는 고 문장들은
더디게라도 써 내려가자고
갈림길을 좋아하고
갈림길을 이제는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아
당신이 있어 다 좋았다고
관습적인 그 문장이
우리를 늘 용감하게 했지
W 심플.
P Yaroslav Blokhin.
2017.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