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Sep 20. 2017

언젠가 우리가 중간 쯤 어느 곳에서 더 닮으면

오늘 날씨 맑음

어떤 소중한 뒷모습을 볼 때면
굳지 않은 엉덩이마냥 뒤뚱이며 멀어지는
줄기처럼 꾸벅대는 그 가느다란 걸음을 보면
나는 두 뺨을 때린 듯 고개를 흔들고는
나를 잘 남겨 두어야겠다고
기억하고 있는 그 모습으로 잘 지켜두고 있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곤 했던 것이다
어떤 피곤함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의 입장에서는
질서를 잃고
흩어져 가는 것인데)
빼기
답답한 오류들 빼기
지루한 버팀들 빼기
감기같은 방황들도 빼기
남은
손에다 꼭 쥐고온
보물을
네가 두려고 한 그곳에다
전시할 수 있도록
우리는 등 뒤에서는
버티고
눈 앞에서는
막무가내로 부딪히며
조합으로
팀으로
시간에 쐐기 박혀 있자고
마법처럼 순간들을 직조하여
쉽게 흩어지지 않게
레시피가 없는 의미를
다만 무늬로 수놓고서 가자고
장난처럼 왔다가 가서
차마 울어주지도 못했다는
괴상한 마무리를 남겨보자고
언젠가 우리가 중간 쯤 어느 곳에서 더 닮으면
조근히 고백해보자고
혼자 지루한 버팀 속에서 마음을 먹어 보곤 했던 것이다

W, P 심플.


2017.09.20.901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다 같이 잠시 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