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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Nov 10. 2017

네게 속삭이러 그렇게도 멀리 걸어나왔네

오늘 날씨 조금의 겨울비

가지가 그렇게도 높이와 각도로 차이를 말하려 해도
가지는 저도 몰래 잎을 피우네
잎이 모은 햇빛은 가지와 안가지를 모두 살찌운다네
나를 말리지 않은 여우같은 뿌리야
그래 어쩔 수 없구나
열매는 다만 나의 뿌리를 말해주네
아버지를 닮은 것을 똑 낳으면
나는 어쩔 수 없는 족보의 한 칸이면 되는 것이지
그럼에도 햇빛을 찾아 꺾어가던 가지야

필요가 없는 부분을 필요로 하던 우연이 있었네
친절 고민 침묵 길어지는 밤 노래하는 새벽 빗금친 아침밥
나의 무능을 예뻐라 하는 소녀가 나를 엮어 조각을 만드네
어쩌면 곰이 가려운 등을 긁어댈 수도 있겠지
타닥이는 소리를 뱉으며 따뜻한 기억 한줌 사그라질 수도 있겠고
용써 뻗어나온 내가 닿기가 쉬었을 테지
그럼에도 나는 나의 운명에 쾌재를 부를 거네
내가 누구란 말인가
나는 아무렴 나무는 아니었다네

길로 나서면 시간처럼 곧장 삶이 따라오네
그것은 잡지처럼 꽉 짜인 풍경
길 위에서도 우리는 다른 음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야
아이가 생기면 우리가 그 곳 어디에라도
몸 풀 곳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럼에도 우리의 기억을 다른 인질을 찾아대지

답하지 못해 도망가는 것이 아니네
말을 건네러 멀리도 걸어가는 것
네게 속삭이러 그렇게도 멀리 걸어나왔네
잡음이 끼이지 않아 변명도 없을 이곳에서
나는 무능한 재주들로 네 앞에서 심심풀이를 한다네
너는 나를 그리거나 만지거나 하더구나
사랑이라면 바로 그런 것
나에게서 필요를 찾아 만든 당신이라면
그래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언제까지나 즐겨 듣고 싶네

당신은 내게 나를 사랑하라고 삶을 사랑하라고 시간을 사랑하라고 그리고 자기를 아이를 사랑하라고 말하네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나는 보고 삭제하고 걸어나가고 떠올리고 만져대고 주절대고 울고불고 그리고 속삭여야 하네

분명히도 몇 번의 반복이 더 있을 거네

나는 나를 삶을 시간을 당신을 아이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필요하다 즐긴다 좋다
그럼으로 사랑한다
그대에 귀에 바람도 없는 날 내가 속삭이기 위해서는

W 심플.
P guille pozzi.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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