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는 땅을 고른 후에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가

언젠가 네게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길

by 모호씨

그것이 옳은 것인지는
죽어서 깨는 곳에다 물어보자
죽어서 있는 곳이 여기와 다를 것이 없다면
다만 조잘거리던 입이 사라져 버린 상황이 전부라면
해석은 내일의 것들에다 맡기고 우리는 그저 먼지처럼 커버린 침묵의 평화를 느끼면 될 일
우리는 화살처럼 뽀족한 욕망이다
날아가야 하고 무엇을 쫓아야 하고
무엇을 맞혀 죽여야 한다
가만히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
주어지는 고난이 더욱 감사하다
늙으면 불리지 않는 이름 때문에 먼저 죽고 만다
우리가 달려야 하는 말이라면
우리는 무엇에 고삐를 내어 줄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맞춘 화살이 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의 이름을 등에다 태워 달릴 것인가
사냥꾼의 전사의
비겁자의 혁명가의
이름은 바꿀 수 있다
심지어는 성까지 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빵틀이다
우리는 굳어져야 한다
때로는 너무 조여 우리를 많이 버려야 할 수도 있다
사실 우리는 우리보다 너무 크다
우리는 우리보다 너무나 많다
조그만 세상 속에서
보통의 운명을 택한 우리라도
그저 몇가지 설정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평범한 화요일 밤에 눈물을 지을 수 있고
시시한 목요일 낮에 침묵에 빠질 수 있다
가슴을 부여잡고
신비한 눈빛으로 낯설게 할 수 있다
내가 나를 한계짓고
내가 나를 법정에 서게 하고
묻는다
나는 나의 시민인가
나는 누구의 시민도 아닌 나의 시민이다
나는 너 몰래
많이도 반성을 한다
나는 너 몰래
많이도 벌을 받는다
대게 너의 걱정보다도
나는 나의 법정 아래에 있고
나는 나의 국가를 섬긴다
나의 화살은 전쟁을 두려워 않는다
다만 나는 정확한 전쟁을 즐긴다
이데올로기는 없다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는 따르지 않는 게 더욱 낫다
가지처럼 분기하자
뭉치는 일에는 하나의 제목만
뭉쳤다고 우리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한다
거래하고 어울리다 갈라서고 고개 저어야 한다
위대함은 너가 너의 이름과 법정 아래 매일의 감정을 유통시켰을 때
그리하여 어떠한 부정도 없이 단순한 체중감량처럼 견뎌내는 골격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을 죄다 연결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흔들어대는 말들 속에서 기어이 그것을 유지해 낼 때
그때 내가 너를 부를 노래말이다
너와 나는 모두가 인간의 최전선이다
우리는 우리의 최신의 것들을 견디면서
우리를 유지시켜야 한다
얼마나 더 많은 것이 될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여전히 인간적인 것으로 남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너는 나와 또 얼마나 다른가
의탁하지말라
너는 땅을 고른 후에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가
무엇을 기다리는가
해는 벌써 저만큼 기울어 가는데

W 심플.
P Celia Michon.



2017.11.1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을 지탱하는 한계와 문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