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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11. 2017

하지만 우리는 가장 비밀스런 형식을 만들고 있는 것

오늘 날씨 무척 추움

지도가 없는 곳으로 가자
멀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니
그곳에서 우리 떳떳히 안 보이며 살자
마침내 지도가 우리를 점 찍으러 올 때까지
똑똑똑 세 번에 답이 없으면
없다하며 발을 돌리고픈 곳
이런 곳이 있었냐고 겁을 먹은 그들
쉬운 일이 되지 않도록
우리 식탁에 당연한 요리를 올리지 말자
네 가지나 다섯 가지 선택지를 갖고 올테지
그것으로 우리를 잡을 수는 없어요
뻔한 물한잔도 드릴 수가 없구요
8926-481-034 같은 숫자를 쓰고 우릴 잊어요
맘에는 악몽의 맛들이 남겠지만
도망치듯 돌아가는 길엔
뱉을 수 있어
됐다 우리가 다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언젠가 어떤 심심한 마음들은
우리로 차를 마시러 올 테지요
애매한 소문을 묻고 물어서
가장 다른 것들을 찾아서
가장 익숙한 습관과 함께 가는 것
나 또한 담아낸 당신과
당신 또한 담아낸 나는
기꺼이 과짜가 되어갑시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비밀스런 형식을 만들고 있는 것
삶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그리고 그곳은 정말로 새로운 곳
기꺼이 집이라 머물 수 있는
삶과 사람이
우주를 채워간다
하지만 도화지는 절대로 검어지지 않아
밤하늘을 봐봐
만약 우주가 진리가 아니라면
밤하늘은 어두울 수가 없어
모든 곳의 모든 빛들이 결국
가득히 내 눈을 파고 들고 말테니까
아직 못 오는 빛들이 있어
그만큼 더 멀어져서 내가 절대로 볼 수 없는 빛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이
꼬옥 있어
어떤 책도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어
어떤 단어도
우주라는 단어조차도
구원이지 정말로 위로가 되었구

좁은 골목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의미가 스스로의 좌표를 두고 물어서는 일들이 있다
그러니 절대로 위치가 문제는 아니다

W 심플.
P Anthony DELANOIX.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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