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비
비가 옵니다
남국의 산 이름이 모아온
재료들에 주방은 이미 분주하겠습니다만
기다리는 식구들에게 나는 여전히 실망입니다
생각을 해야해
내가 여기 비어있다 해도
내 벌린 입에는 물이 거의 모이지 않는다는 걸
비어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낮아지는 것
한 계단 내려가
그들의 겨드랑이를 보고
또 한 계단 내려가
그들의 젖꼭지라도 보고
다시 한 계단 내려가
그들의 배꼽도 보고
나의 정수리 숱없는 머리 속을 내보이는 일은
분명 견디기 힘들 만큼 수치이겠지만
마음보다는 물이 아들의 피에 더 가까워서
구걸 하는 이의 경험칙 엎드림처럼
내려가고 또 내려가서
다들 내가 개미다 할 때
그 곳에 가장 더럽지만 가장 싼
거의 공짜의 물이 있다는 것을
여섯번 째 다리마저 허우적대면
사람들이 빨대로다 물들을 뱉어 줄거야
이천원짜리
심지어 오천원짜리 커피라도 기꺼이
우습거든
아깝지 않겠지 밑으로 내보내는 것들은
심지어 못 참지
나무는 사실 꺼꾸로 서 있는 거야
입은 언제나 가장 더러운 곳에다 박고 있지
그곳에는 언제나 가장 싼 물들이 모여들거든
다 마신 커피컵 속의 얼음들이나
거하게 술에 취한 아저씨가 못 견딘 오줌들이나
청소하고 버린 물
우산에 튕기는 물들
바퀴에 눌러 터지는 물들
찢어진 내장이 뱉어내는 물들
심지어 내 여섯번 째 다리가
자존심처럼 털어낸 몇 방울의 물들까지도
하지만 나무는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언제나 우리보다 더 먼 곳에서부터 보이지
숲은 사실 나무만으로 그리는 그림이고
사람은 작아서 소리조차 숲 너머로 들리지 않는 걸
현명함은 그렇게 일찍 가르치기가 싫은 것
비가 옵니다
남국의 산 이름이 모아온
재료들에 주방은 이미 분주하겠습니다만
기다리는 식구들에게 나는 여전히 실망입니다
W 레오
2018.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