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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Feb 11. 2019

같은 삶을 피자처럼 나눠 살 거라고 붙어들 잤다

오늘 날씨 맑음

내 친구 하나는 허언증에 걸렸다

하나는 스타가 되었고

하나는 스타와 결혼했고

다른 하나는 나를 미워한다

아내의 임신 소식에 욕을 뱉고 말았던 이는 딸바보가 되었고

섬으로도 기꺼이 일을 나갔다

중동으로 일을 나간 친구는 목사 앞에서 결혼을 했고

나는 친구들의 전화를 피한다

빠져나온 코털 때문에 찍었던 인터뷰를 다시 찍어야 하는 친구가 있다

다른 친구는 고양이가 사람보다 훨 낫다고 했다

압구정 감독님은 강릉으로 갔다

의사가 된 친구는 술만 먹으면 자는데

문득 리버풀로 가서 선수들 발목이나 만지고 싶다 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파리를 가겠다 했다

영화는 찍고 있냐던 친구가 등단을 해야지 했다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친구를 은근히 자랑했다

내 점집 옆 자취방 화장실에 뻗어 자던 녀석인데

여고생들이 담을 넘어 보러 오던 친구는 아줌마들의 사랑을 받는다

나를 보려 채널을 뒤지던 친구들이 나를 찾을 곳을 좀 알려 달라했다

산낙지를 껌처럼 씹던 친구가 졔술은 째초카는게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문득 파리로 가겠다 했다

저렇게 다른 이들이 한 곳에 한 시간에 붙들려 있었다 그곳에 나는 서너 개쯤 붙들려 있었다

같은 삶을 피자처럼 나눠 살 거라고 붙어들 잤다

몸집이 고만고만했었다

굳이 김포까지 가서 자고 시체처럼 충무로로 왔었다

두어 시간씩은 차에서 보냈다

선생님은 시시했지만 우리는 달았고

도무지 늙지 않았지만

친구는 이제 맵고 짠 것을 끊어야 했다 했다

흐르는 것은 슬프고

타는 것은 재밌다

잘 살아라 하고 돌아서고 차를 나눠 탄다 이제는

굳이 집까지 태워준 친구가 더 빠르게 집으로 달려간다

누구 하나 죽어야 보겠다

흐르지만 말고 얼른 타고 가라고 재촉하는 말들이 바쁘다

좋다 라고 끝을 맺는다

나는 파리로 간다 하고 덧붙인다


W 레오

Kimson Doan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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