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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Feb 03. 2019

올해의 마지막 날에는 하루 종일 비가 오겠습니다

오늘 날씨 비

올해의 마지막 날에는 하루 종일 비가 오겠습니다

봄을 준비하는 비라서 쓰레기를 다 적십니다

미련 같은 냄새나

증거 같은 글씨들도

이만큼 비에는 다 뭉개집니다

보이지가 않아서

내가 다 닦았나 남아있나

밤마다 무서웠던

내 등 위의 실수들도

이 비라면 분명 다 녹아내렸을 겁니다

쓰레기처럼 젖어도 된다며

비를 다 맞은 덕분입니다

가난한 자는 신만이 남았습니다

당신이 없는 날은 괴롭습니다

내 말을 다 들어주던 당신이 없이는

내 말을 내가 다 들어야 하는 덕택입니다

괴롭습니다

기억은 웬만큼 길고

사람은 웬만큼 커서

갈래마다 반성하면

나는 가루처럼 찢어집니다

당신 같은 땅에 내린 먼지 같은 씨앗이더군요

새 나무가 되겠습니다

신을 충분히 맞았으니

심판은 이미 받았던 거예요

믿음이란 그런 것

봄에는 모두가 아이처럼 뽀얄 거예요

안을 때는 마음이 없어야 합니다

나는 그저 당신을 담는 빈 공간이길 바랍니다

나무는 땅의 표현이니까

그러니 소리가 흩어지면

다시 당신 안으로 돌아가는 거겠지요

더는 애쓰지 않기를

내가 아니라는 진리가

말들을 흩어 주길

고요하게 커피를 타고

당신을 보면서 의미 없는 웃음을 짓길

그러니 사람들은

나를 더 이상 기다리지 말아라

나를 더 이상 기다려 주지 말아라


W 레오

P Wolfgang Hasselmann



201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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