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Jan 28. 2019

그러니까 안아 올린 것은 나의 마음이 아니었다

오늘 날씨 맑음

어렵게 한 빨래가 비에 맞고 있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던 적이 있다

피가 나는 상처를 

가격이 떨어지는 화면을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식어가는 기회들을

버스에 뭉개지는 비둘기의 머리처럼

나는 무기력하게

낙하하는 나를 그냥 보고만 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안아 올린 것은

나의 마음이 아니었다

살자고 한 것이 아니었고

다만 살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것이지

나는 내가 싫지만

필요하면 주워가서 쓰라고

미련 같은 배려를 씌워

다리 같은 곳에 엎어져 있기도 했다

씻겨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

빗겨주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

안아주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

하나 미련 같은 열정은 남아서

너의 손 안에서 자주 울었던가

바람은 쉴 새 없이 불어서

우리가 걷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네게 안겨서 걷던 길을

내가 끌고 가기도 했고

네가 잠든 밤

깨어 난 비겁한 마음을 먹기도 했다

삶은 답이 없는 문제로 모두가 틀려도 같은 점수를 얻을 터

어려워도 우리는 답을 믿어야 해

착각 같은 신념이 우리를 순간 춤추게 하고

적어도 서로의 품 안에서는 정답 같은 공기가 일어

비겁한 나는 떠나지 못해

과자봉지에 보석들을 담는 모르는 나의 아이야

비겁한 마음으로 나는 사실에 입을 다물고

네가 몰라 얘기하는 삶이라는 것을

내가 잘할 것처럼 이를 자주 깨물어


W 레오

P Brad Lloyd



2019.01.28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마음에는 박스가 없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