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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이 이다지 의심스럽던 적이 없었다

오늘 날씨 비

by 모호씨

그림자가 있는 것들

꿈에서나 기억 속에 있어

자주 그림자 따윈 잊어버리거나

흐릿해진 그런 존재들 말고

너무 밝은 만큼

너무 진한 어둠도 꼭 달고 있는

시간이 절로 새는

모래 위에 내 앞에 서 있는 너처럼

너도 나를 그렇게 보는구나

어둠을 보다보면 밉기도 하고

그래도 그런 나라면 너도 꼭 안아볼 수 있겠지


밝음도 어둠도 실은 네 것이 아니고

너를 지나가는 시간들 뿐인 것을 나는 안다

코를 맞대고 빛이 아닌 수단으로 바라보려는 게

밝음과 어둠이 아닌

다른 척도로 너를 인지하려는게

얼마나 무지한 일인지

나는 모른다

알 것만 같다는

마음이 거짓이 아닌 것을

너는 안다

눈으로 보면서도 나는 자꾸 너를 만진다

본다는 것이 이다지 의심스럽던 적이 없었다


10⁻¹³


202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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