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다 무너뜨리고 그러나 결국은 쌓고 바라보기
빈소의 오른 쪽으로 작게 난 문이 있었다. 3일 동안 슬픈 모습만 보여야 하는 것인지 숨어서 눈을 붙이게 만들어 놓은 쪽방이었다.
바닥은 이미 뜨근뜨근했다. 나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끼며 바닥에 몸을 누여 보았다. 그냥 다 잊을까 하면 곧 잠이 올 것만 같았다.
좌우를 돌아보니 이 방 고작 3명이 누우면 몸부림도 조심스러울 만큼 좁은 방이었다. 아. 교대로 자는 거겠구나.
구석에 이불과 베게 몇 개가 차곡히 개어져 있었다. 이불에 차마 손을 대지는 않았다. 나는 막내라 내 순서는 아직 멀었다. 눈 좀 붙여라 얘기라도 들을라면 해야할 일들은 산처럼 있다.
가장 깊숙히 선 벽에는 큰 거울이 걸려 있었다. 거울의 오른 쪽에는 옷을 걸 수 있는 걸이도 몇 개 박혀 있었다. 형수가 미리 쓴 건지 형네 가족의 짐 가방이 방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다 같은 가족이라지만 갈라져 나간 씨앗은 그렇게 또 왠만한 몸집을 가졌구나.
반면에 씨앗을 내어 준 가지는 이제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조촐한 가방 하나가 표면이 온통 울룩불룩한 게 가득 차 있지도 않아 보였다. 형수가 대신 챙겨왔을 게 뻔한 아버지 속옷과 양말 몇 개, 그리고 더 생각나는 물건은 그다지 없었다. 금방 썩진 않겠지만 불구덩이엔 제일 먼저 던져 넣을 만큼 촉촉한 생기라곤 남아 있지 않은 나무. 드나드는 걸음에 방해도 안되는 게, 저 짐처럼 우리 아버진 이제 누가 거슬려나 할까.
늘처럼 아버지 걱정은 길게 하질 않았다. 나도 남자라 그다지 죄책도 없었다. 당하겠지 언젠가는 나도.
문 밖으로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한번만 질끈 감았다가 일어나 형수가 가져다 준 종이 가방을 억지로 끌어 안았다.
W 상석.
P jay mant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