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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번씩만 안고 갈게6

쌓다 무너뜨리고 그러나 결국은 쌓고 바라보기

by 모호씨

학교에서 기간제 계약 연장을 받지 못했을 때 엄마도 형도 아닌 형수에게 가장 먼저 얘기를 했다. 비밀로 하고 있을 수는 없고 얘기를 하긴 해야하겠는데, 아픈 엄마에게도 그렇다고 1년에 단 몇 번의 전화에 단 5분도 통화를 하지 않는 아빠에게도 선뜻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형에게라도 말을 해야겠다 하고 있을 때, 형수가 조카의 사진을 문자로 보내왔다. 전화를 걸었다.


"삼똔! 싸랑해!"


옆에서 열심히 말을 시키는 형수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나는 또 지고 말았다. 어쩌면 지려고 전화를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형에게는 자신이 잘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저 고맙다고 했다.


엄마가 아셨는지는 모르겠다. 엄마도 오랜 입원 생활로 인해 기력이 많이 떨어졌고 내가 억지로라도 병원에 간 날이면 우리는 그냥 같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말없이 창밖을 보거나 하고 말았다. 내가 평일임에도 엄마의 곁에 있어도 별 말씀이 없었던 것을 보니 엄마도 아빠도 알고 있구나 싶긴하다.


F5290-18.jpg 영화 "도쿄타워" 중


형수가 내 품에 박힌 엄마의 영정 사진을 빼내 들어 제단 위에다 올려 놓았다. 나와 형수는 잠시 말없이 제단 위에 놓인 영정 사진을 함께 바라보았다. 눈물을 보이며 고개를 돌린 쪽은 형수였다.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쑥스러운지 형수는 내 곁에 놓인 종이가방을 더 바짝 내 곁으로 붙이고는 조용히 뒷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나도 그 덕에 엄마에게서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W 상석.

P Sérgio Rola, 영화 "도쿄타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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