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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번씩만 안고 갈게5

쌓다 무너뜨리고 그러나 결국은 쌓고 바라보기

by 모호씨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형에게는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생긴다. 아니 거리감이 아니라 높이감이다. 나는 대학시절 그 아이 그대로인데 형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전화하기가 불편해졌다. 반말로 하던 편한 말들도 왠지 불편해져서 전화를 하려다 말곤 했다. 어느 날은 괜시리 옛 생각이 나서.. 맥락도 없이 “딩시야!” 하고 불렀다가 어색한 분위기를 헤어질 때까지 바꾸지 못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형수와 더 많은 통화를 하게 되었다. 형의 안부도 집안의 일들도 죄다 형수를 통해서 듣게 되었다.


형수는 가끔씩 내게 안부를 물어왔다. 물론 형수와의 통화도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다만 형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배려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쪽에서 항상 내게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기에 형수하고 이름이 떠도 바로 받는 일은 없었다. 한참 반짝이던 전화기가 잠잠해지면 곧 형수에게 이런 식의 문자가 온다.


“일하고 계시죠? 그냥 한번 해봤어요. 전화 안 주셔도 괜찮아요. 아 얼마 전에 어머님 뵈었는데 그땐 왠지 기분이 좋으시더라구요! 잘 먹고 잘 웃고.. 도련님도 밥 잘 챙겨 먹어요.”



그런 문자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조심하고 있구나. 엄마가 나를 궁금해 하고 아버지와 형이 나를 신경쓰고 있구나. 전화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전화를 걸고 한숨으로 기다리면 짐직 몇 톤은 일부러 올린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반찬을 보내주겠다, 아이들이 삼촌을 찾는다. 그렇게 늘 별 얘기는 없다. 일부러 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지치게 만들고 무너지게 만들어서 내 쪽에서 고백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형수의 병법은 늘 통했고 형수는 늘 나를 이겼다.


W 상석.

P Sérgio Rola, 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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