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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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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Apr 13. 2016

사랑은 소소한 것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그대의 행동에서 그대가 항상 나를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종종 사랑의 확신은 사소한 곳에서 온다.
사소해서 더 확실하고 더 대단하기도 하다.

거기, 우리가 있었다 _ 정현주



언젠가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칼질(?)을 하는 짝꿍의 모습을 찍어 인스타에 올렸던 적이 있다. 그때 인친님 중에 한 분이 댓글로 스테이크를 썰어주는 짝꿍의 표정에 날 향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며 부러워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지금도 날 위해 고기를 굽고 스테이크를 써는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난 사랑을 느낀다.

그의 사랑에는 항상 따스한 배려가 어려있다. 그 따스한 배려는 언제나 일상에서 소소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익숙해져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것들인데 나는 그래서 그것들이 더 소중하다. 내가 그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어 그의 행동에서 날 위하는 마음이 드러나고야 마는 것만 같아서. 내가 그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인 거 같아서.

며칠 전에도 그러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데이트를 하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명동에 있는 유명한 칼국수 집에 갔었다. 다들 칼국수에 만두를 하나씩 시켜서 먹는데 우리는 1인 1칼국수로 소신 있게 주문하고 참 맛있게 먹었더랬다.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식사 시간이 특별했던 것도 아니었다. 평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연신 맛있다 맛있다 하며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별거 아닌 순간이 열심히 젓가락질을 하던 짝꿍이 그릇에 담긴 김치를 먹기 좋게 잘게 찢고 김치 위에 듬뿍 있던 양념 덩어리(?)들을 긁어내는 순간 달라졌다. 칼국수 집에서의 시간이 그날 중에 가장 특별한 순간이 된 것이다. 가슴이 두근두근 얼마나 설렜는지... 젓가락질이 서툰 나를 위해 대신 열심히 김치를 찢는 짝꿍의 모습에서, 매운 걸 잘 못 먹는 나를 위해 김치의 양념을 걷어내는 짝꿍의 모습에서 난 사랑을 보았다. 그렇게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정현주 씨의 책에서 읽은 문장을 빌어 방금 당신의 행동에서 사랑을 느꼈다고 얘기하니 그는 좋아하면서도 무언가 들킨 것처럼 살짝 수줍어했다. 그 모습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계산된 행동이 아니었기에 나올 수밖에 없는 그의 반응에 괜스레 또 기분이 좋아서 그 앞에서 나도 모르게 너무도 해맑게 웃어버렸다.

진실로 사랑은 엄청난 것보다 소소한 것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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